“10명 중 8명 폭언, 폭행, 성희롱 경험”…요양보호사 인권침해실태 ‘심각’

2021년 6월 15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16일

요양보호사들이 처한 인권 침해 실태를 돌아보고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15일 오전 여의도에서 마련됐다.

‘요양보호사의 인권침해 실태와 정부부처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의원과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등 관계 기관 공동주최로 열렸다.

업계 종사자, 관계 부처 관계자, 국회의원 등이 한자리에 모여 요양보호사 처우를 개선하는 실질적 대책을 강구하자는 취지다.

 

노동환경 실태조사 “10 8 폭언, 폭행, 성희롱당한 경험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요양보호사들은 현장의 고충과 피해 경험을 털어놓았다.

10년 이상 요양보호사로 일한 윤영희 씨는 “집에 단 둘이 남겨졌을 때 어르신이 성추행을 시도해 5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릴까 고민하는 순간도 있었다”며 “마음 편히 어르신 돌보는 일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5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10명 중 8명이 “일을 하는 중에 폭언, 폭행,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요양보호사가 육체적·정신적 상해를 입은 경우 기관에 보고하여 기관이 조치를 취하도록 장기요양보험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태 조사 결과 보고를 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응답이 58%, ‘참으라고 했다’는 응답이 24.8%에 달했다. 보고하지 않았다는 비율도 40%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기관장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며 재가방문기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전문가 의무적인 안전교육도 시행 안돼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낮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최은희 을지대 간호학 교수는 “서비스 대상자가 취약 계층이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요양보호사는 더 낮은 위치에 있다”고 짚었다.

계약 형태 때문에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안전 교육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 교수는 “한 달 근무시간이 60시간이 안 되는 경우 고용보험이 가입이 안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의무로 이수해야 하는 안전교육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라며 “그나마 이뤄지는 교육마저 서류에 사인하는 형식적인 경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돌봄 노동자 권리보장법 필요”

돌봄 노동자인 요양보호사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주희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수급자의 권리를 중심에 두고 있다”라며 “돌봄 노동자들의 권리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하나의 종합적인 체계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요양보호사 지위향상 특별법이나 돌봄노동자기본법 등 종합 법률이 빠른 시간 안에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계 부처 인권침해 보호 대응 매뉴얼 필요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그동안 인권 교육 등이 대체적으로 학대 예방 등 서비스를 받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인권침해 보호 대응 매뉴얼이 절실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모두 검토하고 궁극적으로 수급자와 보호자 모두 윈윈하는 결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 필수 노동자 :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는 노인성 질환을 앓는 어르신들의 신체 가사 활동을 돕는 직업이다. 지난해 발간된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의 요양보호사는 총 44만4525명이다.

2019년 12월말 기준 장기요양보험 누적 신청자 수는 111만3093명, 총 인정자는 77만2206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 800만명 가운데 9.6%가 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노인이 전년대비 15.1% 증가하는 등 꾸준히 신청자와 급여 인정자가 늘어 요양보호사 수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요양보호사들을 만나 “돌봄과 같은 대면 서비스는 코로나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도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노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취재본부 이가섭 기자 khasub.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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