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극단선택 SNS 생중계…경찰, 범죄 연루 여부 수사

한동훈
2023년 04월 18일 오전 11:51 업데이트: 2023년 04월 18일 오전 11:51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서 10대 학생이 극단 선택을 하며 이를 SNS로 생중계한 사건을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범죄 피해 여부도 거론됐다.

1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30분쯤 강남 역삼동의 19층 건물 옥상에서 A양이 투신했다. A양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했고 약 20여 명이 이를 시청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시청자 일부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건 6분 전 현장에 도착해 지상에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 설치를 위해 공간을 확보하는 한편 옥상 진입을 시도했으나 투신을 막지 못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하며 A양의 행적을 확인하고 있으며, 투신 전 A양과 함께 PC방을 방문한 남성 B씨를 특정해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A양의 행적을 확인하는 차원에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B씨가 A양을 위해 건물 옥상 문을 열어주는 등 사망 직전까지 곁에 있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지만, 경찰에 따르면 이는 사실무근이다. 경찰은 B씨가 A양과 극단적 선택을 모의했으며,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B씨 역시 사건 당일 오후 인터넷 게시물을 통해 ‘A양과 함께 극단 선택을 모의했으나 무서워서 도망갔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는 “고급 소고기 먹고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하고 이야기로 한(恨) 다 풀고 가려 했는데 A양이 너무 다 무시하고 그냥 바로 뛰자고 했다”며 “준비도 안 된 상태라 무서워서 추노 뛰었다(도망갔다)”라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A양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갤러리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10대 소녀만 전문적으로 노리고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하는 그룹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SNS 라방(라이브 방송)의 폐해를 지적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실시간 콘텐츠가 다양한 정보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끔찍한 장면을 여과 없이 유통하는 채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양의 투신을 생중계한 영상이 17일 새벽 유튜브에 게재됐다가 유튜브 측에 의해 삭제됐으나 이미 텔레그램, 트위터 등으로 퍼져나간 뒤였다. 라이브 방송의 부정적 파급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