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 강사’를 쇼호스트로…규제 한파 속 中 사교육 업체의 기발한 생존 전략

김정희
2022년 06월 13일 오후 4:54 업데이트: 2022년 06월 13일 오후 5:15

영어 배울 수 있는 온라인 쇼핑에 매출 쑥쑥

“온라인 쇼핑을 하면서 영어 배우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멈출 수 없다.” “내가 본 라이브커머스 중 최고다.”

라이브커머스로 사업을 전환한 중국 최대 사교육 업체의 라이브 방송을 지켜본 중국 네티즌들의 평가다.

중국 당국의 강력한 사교육 시장 규제 영향으로 쇼호스트로 전향한 신둥팡 강사들이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는 라이브커머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13일 중국 온라인매체 펑파이(澎湃)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신둥팡의 더우인(중국판 틱톡) 라이브커머스 채널 둥팡전쉬안(東方甄選)은 총매출 2100만 위안(약40억 원), 누적 시청자 수 1천274만 명으로 더우인 채널 랭킹 6위를 기록했다. 

신둥팡은 지난해 12월 말 둥팡전쉬안을 출범시키고 농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위민훙(俞敏洪) 신둥팡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쇼호스트로 나섰지만, 여론은 플랫폼 자체보다 위 CEO 개인과 그와 관련된 유명 인사들에게만 관심을 가졌다. 신사업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된 이달 초(6월 1일)까지 해당 채널은 더우인 랭킹 229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달 초부터 영어 강사들로 구성된 ‘신둥팡 라이브 팀’이 등장하면서 채널 인기가 급상승했다. 

강사 출신 쇼호스트들은 라이브커머스 방송 중 정확한 영어 발음으로 상품의 영어 명칭을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시 ‘소네트’를 읽어주고, 삶과 인생, 꿈과 희망을 공유했다. 그 결과 이들의 영어 교육을 곁들인 온라인 판매에 팔로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네티즌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한 시간 내에 아동 도서 시리즈와 유명 작가의 소설 한 권을 주문했다. 라이브가 끝나고 생각하니 우리 집에는 아동 도서를 읽을 아이도 없고, 나는 예전에 그 유명 작가의 소설을 이미 읽었다”라고 했다. 

예술계에 종사하는 여성 천 씨는 중국 매체 증권일보(證券日報)에 “신둥팡 라이브커머스는 마법의 힘이 있는 것 같다. 보는 내내 ‘좋아요’와 주문을 멈출 수 없었다. 지식에 돈을 지불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공유했다. 

둥팡전쉬안의 팔로워 수는 이달 초 100만 미만이었으나 현재 290만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신둥팡 주식도 덩달아 지난 10일 홍콩 증권시장에서 39.37%, 미국 증권시장에서 10.12% 각 상승했다. 

신둥팡은 한때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사교육 업체로 불렸지만, 지난 7월 시작한 중국 당국의 강력한 사교육 규제 영향으로 주가가 뉴욕 증시에서 88% 급락했다. 

이번 신둥팡 라이브커머스 열풍에 대해 중화권 여론은 “신둥팡의 ‘부활’을 축하한다”면서도 “신둥팡 강사들은 라이브커머스 스튜디오를 새로운 교실로 삼게 됐지만, 많은 강사는 영원히 교단을 떠났다”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한편 “이제 교육계를 떠나느냐”는 네티즌들의 질문에 신둥팡 측은 “교육은 우리 영원한 초심이며, 신둥팡은 계속 교육 분야에서 노력할 거다”는 공식 답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