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4천원 짜리 손목시계 차면서 전 재산 ‘9조원’ 기부한 척 피니

이서현
2020년 10월 2일 오전 10:3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40

미국 억만장자 척 피니가 드디어 38년 동안 꿈꾸던 인생 목표를 달성했다.

지난달 19일 미국 포브스 등 외신은 89세 사업가 척 피니가 전 재산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이것이 1982년부터 그가 남모르게 세운 인생 목표였다는 사실도 최근에서야 알려졌다.

척 피니는 평생에 걸쳐 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조 4천억 원의 자산을 모았다.

아일랜드 출신 이민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그는 어릴때부터 물건을 판매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29세에는 면세점 사업을 시작해 40대에 억만장자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세상은 돈에 집착하는 그를 돈만 아는 냉철한 사업가로 평가했다.

The Atlantic Philanthropies

1997년 법정 분쟁에 휘말렸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그의 비밀 회계장부가 드러났다.

척 피니의 참모습도 그때 처음으로 밝혀졌다.

장부에는 뉴욕 컨설팅 회사라는 이름으로 15년간 약 2,900회의 지출 내역이 있었다. 금액은 무려 4조 5천억 원에 달했다.

사람들은 그가 재산을 빼돌린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지출 내역은 놀랍게도 모두 기부였다.

돈만 아는 억만장자로 손가락질받았지만 그는 남몰래 재단을 설립해 재산의 99%를 기부하고 있었다.

그것도 “기부 사실이 알려지면 지원을 끊겠다”며 선행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도 극도로 꺼렸다.

The Atlantic Philanthropies

이렇게 남몰래 기부를 실천한 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의 어머니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차가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이웃을 위해 일부러 볼일을 만들어 외출했다.

“자랑하지 마라. 받은 이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면 절대 자랑하지 마라.”

이것이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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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유지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기부는 계속 이어졌다.

2000년 중반부터는 매일 백만 달러, 우리 돈으로 11억원씩 기부했다.

2017년까지 그는 재산의 99%를 기부하며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을 제치고 자산 대비 기부 비율 순위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삶은 매우 소박하고 검소했다.

손목에는 15달러짜리 플라스틱 시계를 찼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했고, 비행기 좌석도 이코노미였다.

자신 명의로 된 자동차와 집도 없어 임대 아파트에서 아내와 함께 살았다.

그렇게 아낀 자신의 재산을 2020년까지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작업이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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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피니가 설립한 자선 단체는 최근 “단체에 남아 있던 기금을 전액 기부했다”라며 이로써 척 피니가 지난 1982년 세운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기부처는 전 세계 자선단체와 인권단체 그리고 대학 등으로 알려졌다.

38년 만에 전 재산을 모두 기부한 척 피니는 인터뷰에서 “살아서 꿈을 이루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