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이면 美 항모전단 섬멸” 中 푸단대 교수 발언 논란

강우찬
2023년 02월 25일 오후 8:49 업데이트: 2023년 02월 25일 오후 8:49

중국의 명문대 중 하나인 상하이 푸단(復旦)대 국제관계 전문가의 발언이 최근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허세를 너무 지나치게 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주인공은 푸단대 중국연구원 장웨이웨이(張維為) 원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장 원장이 지난 2021년 11월 말, 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 ‘이것이 중국이다(CHINA NOW)’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이 불씨가 됐다.

이날 대만 통일을 주제로 한 방송에서, 장 원장은 미국이 대만을 독차지하려 한다며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날 방송분 30분 30초께 등장한다. 장 원장은 “미국은 대만을 독차지하려 하므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군사적 옵션을 포함해 통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은 자신감 있게 미국에 ‘개입할 테면 해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우리는 미국에 몇 척의 항공모함이 격침될 것인지 아주 명확하게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주 유명한 학자가 말했는데 그의 이름을 밝힌 순 없지만, 1시간이면 미국의 모든 항공 모함을 격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원장은 “그가 약간 과장하긴 했지만, 우리는 자신있다. 어쩌면 3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핵심은 우린 그러한 전략에 기반을 두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중국 상하이 미디어 그룹 산하 둥팡 위성TV에서 방송하는 것으로, 매주 1명의 유명 학자를 초청해 장 원장과 번갈아 강연한 후 토론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의 사회, 경제나 국제 문제 등 시사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지만, 대체로 강연의 결론이 공산주의 중국에 대한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방향으로 귀결된다는 특징이 있다. 강연 중간중간 진지하게 발언을 듣는 방청객들의 얼굴을 비춰주기도 한다.

1년 반 전 발언이 최근 다시 조명된 것은 중국 공산당의 군사적 위협으로 대만해협에서 긴장감이 고조된 오늘날의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에 비판적인 네티즌이 장 원장의 과거 발언을 발굴해 조롱거리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이다’ 중 장웨이웨이 교수 발언 장면. | 둥팡위성TV 유튜브 캡처

장 원장, 왕후닝 뒤를 잇는 제2의 중공 책사

장 원장의 발언이 특히 관심을 받는 것은 그가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 앞에서 강연을 하기도 한 유력 인사라는 점도 작용했다.

그는 지난 2021년 5월 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초청으로 시진핑을 비롯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도부를 대상으로 강연하기도 했다. 강의 주제는 ‘중국의 국제적 메시지 발신 능력 건설을 강화한다’였다.

이후 장 원장에게는 왕후닝의 뒤를 이은 ‘제2의 중공(중국 공산당) 책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왕후닝은 현재 최고 지도부인 7인의 상무위원 중 한 명으로 시진핑의 브레인으로 꼽힌다.

왕후닝은 시진핑의 측근으로 이념과 선전을 담당하며, 장쩌민과 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까지 3명의 최고 지도자 옆에서 통치이념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학자 출신 정치인으로 책사 역할 외에는 특별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왕후닝이 지난해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로 결정된 새 지도부에서 상무위원에 발탁됐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시진핑의 총애를 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푸단대 교수 출신인 왕후닝은 중국 공산당의 여러 정치적 파벌 중에도 푸단대 출신 인물들로 구성된 푸단방(幇)에 속한다.

왕후닝의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는 장 원장이 푸단대 중국연구원 원장이라는 점 역시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왕후닝을 필두로 한 푸단방이 권력자들에게 통치 이념을 제공하는 책사 역할로 그 세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왕후닝과 장 원장을 비롯한 푸단방 출신 책사들은 권력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데는 능하지만, 국제 정세 판단에서 한계점을 드러낸다.

장 원장은 논란의 발언이 나온 프로그램에서 국제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중국, 중국 배제 현상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가장 완전한 공급망 외에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과 투자시장을 갖춘 나라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서방의)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다. 중국을 고립시키다가는 결국에는 오히려 중국에 의해 고립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이야말로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에 투자할 때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 원장의 주장과 달리 세계 여러 기업과 투자자들은 코로나19 봉쇄를 겪으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암울한 현실 가리려는 허장성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 기사에서 중국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감추지 않았던 애플도 아이폰 생산 물량의 상당 부분을 베트남 등지로 이전하며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한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부품 생산 시설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등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영향 외에 중국 내 물류의 불안정성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에포크타임스의 중국 분석 전문가 탕하오는 “장 원장은 국제관계 전문가지만 군사 분야에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깝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바보가 아니다. 장 원장의 발언은 고위층에게 강연하는 유명 학자치고는 매우 경솔하다”고 말했다.

탕하오는 “군사 전문가도 아닌 장 원장이 익명의 학자를 인용해 이런 발언을 내놓은 것은 실제로는 미군과 맞서 싸울 준비가 안 된 암울한 현실을 가리려는 허세”라며 “곧 드러날 진실을 가리려 아등거리는 게 오늘날 중국 공산당의 실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일부 언론은 이러한 장 원장을 국사(國師)로 추켜세우고 있다”며 정권의 선전 공세가 요란할수록 현혹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