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하는 우리나라 재수생 팬에게 직접 한글로 댓글 달아준 외국인 유튜버

황효정
2019년 11월 11일 오후 2:4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52

수능을 앞두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든다는 수험생의 댓글을 본 한 유튜버가 진솔한 말투로 자신의 진심을 전해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5일 유튜버 ‘소련여자’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부문 문제를 직접 풀어보고 평가하는 영상을 올렸다. 소련여자는 서울에 거주하며 한국어로 방송을 하는 러시아인 유튜버다.

수능을 앞두고 이날 소련여자는 “모두 시험 행운을 바란다”면서도 “시험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가 아니기 때문에 무서워하지 말라”라고 조언했다.

영상은 96만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댓글 또한 5,600여 개가 달렸다.

유튜브 ‘소련여자 Soviet girl in Seoul’

대부분 영상을 잘 봤다, 웃기다 등의 댓글이 달린 가운데, 소련여자는 한 누리꾼의 댓글에 주목해 대댓글을 남겼다.

‘서영’이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이 남긴 댓글은 “고3들보다 좀 나이가 많은 나이에 다시 수능 도전하는데 요즘 정말 살기가 싫다”말로 시작했다.

이 누리꾼은 “더 이상의 실패는 해서는 안 되고 실패할 기회조차 없는 것 같다”며 “며칠 전부터 매일 자기 전에 편지 한 장씩 쓰고 있다”고 고백했다.

만에 하나 수능을 잘 보지 못하면,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러워서 떠나고 싶다는 누리꾼이었다. 편지들은 부모님을 위한 것이었다.

누리꾼은 “제발 이 편지들을 안 보여줄 수 있었음 좋겠다”면서도 “인생이 아름답고 수능은 별 거 아니라고들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서 너무 힘들다”고 힘든 마음을 내비쳤다.

유튜브 ‘소련여자 Soviet girl in Seoul’

이에 소련여자는 서툰 한국어로 직접 대댓글을 남겼다. “안녕, 서영”이라는 인사로 시작된 소련여자의 메시지는 이러했다.

“인생 아직 누군가에게 아름답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인생에는 아름다운 것이 아닌 더 많은 엿같은 것들이 있다.

서영, 인생 어려운 시기 지내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은, 나는 너의 상황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수능 한 적 없는 사람이 하는 말이 너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매우 가치 있다는 것.

너의 나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를 나이라는 숫자에 감옥처럼 가두어 둔다.

유튜브 ‘소련여자 Soviet girl in Seoul’

‘더 이상 실패할 수 없다’는 말, 서영, 인생 살면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는 다음에 하더라도 늦지 않는다.

세상에는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너무 많은데, 그것들 중에서는 아름다운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서영, 나중에 미래에 너가 나쁜 것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너가 썼던 편지들을 다시 읽어라.

그리고 너가 그 순간들을 이겨냈다는 것을 기억해. 너는 할 수 있어, 사랑해 서영!”

소련여자는 이와 함께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개인적으로 연락해도 좋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자신은 지금부터 항상 서영을 응원하겠다고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