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트럼프-러시아 공모설’ 언론 유포 승인” 법정 증언

한동훈
2022년 05월 21일 오후 3:36 업데이트: 2022년 05월 27일 오후 4:11

미 연방수사국(FBI)의 2016년 트럼프 대선캠프 함정수사에 관한 공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측에 불리한 증언이 나왔다.

힐러리 캠프 참모였던 로비 무크는 20일(현지시각) 힐러리가 ‘트럼프-러시아 공모설’의 언론 유포 계획을 알고 있었고 계획 실행을 승인했다고 증언했다.

무크는 이날 법정에서 “우리는 힐러리에게 ‘러시아 공모설’ 문건을 기자들에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고, 힐러리는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판은 FBI 트럼프 캠프 함정수사를 조사 중인 존 듀럼 특검이 힐러리 캠프 변호사였던 마이클 서스먼을 위증혐의로 기소한 데 따른 것이다.

서스먼 변호사는 힐러리 캠프 소속이었으나, 이 사실을 감추고 누구와도 이해관계가 없는 ‘공익제보자’처럼 꾸미고는 FBI 고위 관계자에게 ‘공모설’ 의혹을 제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스먼 변호사는 이러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힐러리 캠프의 의뢰를 받고 벌인 일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듀럼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서스먼 변호사는 2016년 11월 대선을 몇 주 앞두고 FBI 수석법률자문에게 “수사를 돕고 싶다”며 트럼프가 러시아 알파은행과 은밀한 연락채널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16년 10월 31일 ‘러시아 공모설’ 뉴스가 몇몇 언론사에 기사화됐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는 그날 이 기사들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지지자들에게 퍼뜨렸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 측에서는 대선 일주일을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였다.

힐러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컴퓨터 과학자들이 트럼프 조직과 러시아에 기반을 둔 은행을 연결하는 비밀 서버를 분명히 밝혀냈다”고 썼다.

힐러리와 최측근 참모 겸 캠프 외교안보팀 총책이었던 제이크 설리번은 이러한 의혹이 담긴 자료를 언론에 퍼뜨린 것이 자신들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자료는 힐러리 캠프 사이버 보안 책임자 로드니 조프와 그의 팀, 서스만 변호사, 사설정보업체 ‘퓨전 GPS’ 등이 기획·작성했다. 조프는 힐러리 측으로부터 선거에 승리하면 주요 기관 책임자 임명을 약속받은 상태였다.

이러한 내용은 서스먼 변호사의 동료인 알리아스 변호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법무대행을 맡은 로펌 ‘퍼킨스 코이’에 재직했던 알리아스 변호사는 “2016년 8월 힐러리 캠프에 ‘러시아 공모설’ 자료를 제출했다”고 증언했다.

엘리아스 변호사는 이번 주 열린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런 의혹을 다룬 기사가 나온다면 힐러리 선거운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선거캠프 매니저 로비 무크가 유세를 위해 비행기로 이동하던 중, 동승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10.28 | Justin Sullivan/Getty Images

퓨전 GPS, 서스만 변호사, 그외 조력자들은 이 자료를 언론에 유포했고 뉴욕타임스 등은 자료 내용을 거의 그대로 기사화했다.

무크는 이날 공판에서 이 자료를 IT전문가들이 작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캠프 내에서 자료의 진위를 직접 판단할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참모들과 언론에 넘길 것인지 논의했으며, 신빙성이 없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언론에 넘겨 기자들에게 추적하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자료가 정확하기를 바랐고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언론이 폐기해 줄 것을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무크는 서스먼 변호사가 해당 자료를 FBI에 넘길 것을 힐러리가 알고 있었거나 승인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