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전 변호사가 트럼프 캠프·아파트 염탐” 美 특별검사

김윤호
2022년 02월 16일 오후 2:54 업데이트: 2022년 02월 16일 오후 4:35

존 더럼, 최근 법원에 사실관계 조사 문서 제출
2016년 힐러리 캠프 변호사 마이클 서스만 지목
“인터넷 기업과 짜고 트럼프 측 인터넷 트레픽 분석”

미국 민주당이 인터넷 기업 간부와 손잡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백악관과 그가 퇴임 후 머물고 있는 사저까지 염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6년 미국 대선판을 흔들었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존 더럼 특별검사는 최근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힐러리 클린턴 측이 트럼프-러시아 공모론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문서 PDF)

‘러시아 스캔들’은 러시아 정부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를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에서는 지난 2019년 5월 ‘공모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수사를 이어받은 더럼 특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힐러리 측에서 조작해낸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럼 특검은 힐러리 측 변호사였던 마이클 서스만을 작년 9월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서스만 변호사는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때 자신이 힐러리 측 변호사가 아닌 척하며 허위 진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즉, 객관적 제3자처럼 위장하고 거짓말을 해 FBI 조사 방향을 잘못된 쪽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더럼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 ‘사실적 배경'(Factual Background)에서는 서스만 변호사의 추가 혐의가 드러났다.

서스만 변호사를 포함해 힐러리 캠프 측 인사 2명은 미국의 인터넷 기업 A사의 임원 B씨와 짜고 트럼프 캠프 측을 염탐했다는 것이다.

마이클 서스만
힐러리 클린턴 측 변호사였던 마이클 서스만 | CNN/NTD 화면 캡처

문서에는 서스만 변호사가 트럼프 캠프 측에 여러 차례 자금을 청구했으며, B씨가 마크 엘리아스 변호사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도 담겼다. 엘리아스 변호사는 트럼프 캠프에서 다수의 선거 관련 소송을 제기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던 인물이다.

또한 문서에서는 B씨가 연방정부의 사이버 보안 연구 계약과 관련하여 대량의 인터넷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미국의 모대학 연구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연구원에게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데이터를 찾아내라고 했다는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B씨가 임원으로 있는 미국의 인터넷 기업 A사는 트럼프 캠프 측 서버에 접근을 시도했으며 뉴욕에 있는 트럼프의 아파트, 트럼프 타워, 대선 캠프 서버 등에서 오간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트래픽을 상대로 데이터 채굴 작업을 벌였다.

서스만 변호사는 2017년 2월 한 자리에서 “트럼프 혹은 그의 측근들은 백악관과 그 밖의 장소에서 러시아제로 추정되는 특수한 무선전화를 사용하고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는데, 더럼 특검은 이런 발언이 거짓말이며 데이터 채굴 작업과 관련된 주장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서스만 변호사의 변호인단은 14일 성명을 내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성명에서 “더럼 특검이 사건과 무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소송을 정치화하고 있다”며 “언론에 선정적 정보를 흘리고 배심원단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나와 내 선거 캠프를 러시아 정부와 연결 지으려 염탐해왔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나왔다”며 이번 수사 결과를 환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좌파 주류 언론들이 러시아 스캔들을 사실인 양 보도하면서, 당시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던 자신을 무너뜨리기 위해 마녀사냥을 벌여왔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이 사건은 워터게이트보다 범위와 규모가 훨씬 큰 스캔들”이라며 “이번 염탐 행위에 관여했거나 이를 알고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형사 기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