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러시아 스캔들’ 특검 보도에 “필사적 거짓말”

한동훈
2022년 02월 18일 오후 11:29 업데이트: 2022년 02월 19일 오전 10:40

특검 “힐러리 변호사가 트럼프, 대통령실 사찰 청부”
힐러리는 트럼프·폭스뉴스 겨냥 “필사적 거짓말”
트럼프 “정치적 사기극 드러나…부패한 주류매체들 침묵”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터넷 네트워크 사찰을 청부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힐러리는 16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와 폭스(Fox)는 필사적으로 가짜 스캔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너무 평범해서 놀라운 일도 아니다”라며 “그의 악행이 더 많이 드러날수록, 그들은 더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착수한 경위를 조사 중인 존 더럼 특별검사는 지난 11일 법원에 ‘사실적 배경'(Factual Background)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더럼 특검은 이 보고서에서 힐러리 캠프를 도운 인터넷 업체 임원 로드니 조페로가 트럼프 대선 캠프를 사찰했으며 대선 후에도 백악관과 트럼프 타워,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아파트, 미국 대통령실(EOP)의 인터넷 데이터를 염탐했다고 밝혔다.

힐러리의 트럼프 사찰 의혹을 제기한 것은 더럼 특검 보고서였지만, 힐러리는 특검이 아닌 방송사 폭스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트위터에도 특검 보고서가 아닌 보수 성향 매체 기사를 링크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에서 일했던 마이클 서스먼 변호사에 대한 수사의 연장선상이다. 앞서 작년 9월 더럼 특검은 서스먼 변호사가 조작한 자료를 가지고 FBI에 트럼프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며 그를 허위 진술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서스먼 변호사는 대선을 2개월 앞둔 2016년 9월, 힐러리 캠프와 상관 없는 것처럼 속이고 FBI 자문위원을 만나 트럼프가 러시아 최대 민간 상업은행인 알파은행과 은밀한 연락채널을 가지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누구를 위해서도 일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힐러리 캠프와 인터넷 업체 임원 로페로 등 최소 2명의 의뢰를 받고 있었다고 특검 보고서는 밝혔다. 서스먼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기소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보고서에서는 조페로가 트럼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소설’을 쓰기 위해 인터넷 데이터를 분석해 자료를 찾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가 소속된 회사가 서버 관리 업체이며, 미국 대통령실(EOP) 서버를 배정받아 관리해왔다고 덧붙였다.

조페로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자신을 “정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터넷 보안 전문가”라고 소개하고 “대통령실에 도메인네임서버(DNS)를 서비스하는 민간업체를 통해 DNS 데이터에 접근, 이를 합법적으로 (서스먼 변호사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번 특검 보고서로 민주당과 기업형 주류 미디어가 억지로 꿰맞춘 ‘러시아 스캔들’이 정치적 사기극으로 들통나게 됐다고 밝헜다.

트럼프는 “이는 언론이 완전히 썩어 얼마나 파렴치한지를 보여준다”며 “만약 입장을 바꿔서 공화당,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불법적으로 사찰하다가 적발되는 일을 상상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공화당은 꿈도 못 꿀 일을 민주당이 태연히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민주당, 좌파 인사들을 겨냥해 “모든 것이 무너지고, 퇴임하면 곧 전기의자가 등장할 것”이라고 다소 섬찟한 경고를 날렸다.

이어 “좋은 소식이라면, 사람들이 우리 나라를 향해 가해진 이런 잔혹한 행위뿐만 아니라 계획적으로 벌인 이런 대형 범죄를 언론이 언급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데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더럼 특검 보고서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이 자리에서는 언급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법무부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