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츠워치 “中위구르자치구 주민 모바일에 ‘코란’ 저장하면 체포”

정향매
2023년 05월 7일 오후 6:34 업데이트: 2023년 05월 7일 오후 6:34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가 ‘코란(이슬람 경전)’을 폭력적·테러주의적 자료로 간주해 소지자들을 색출·처벌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5월 4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신장 위구르자치구 공안은 ‘폭력적이며 테러주의적인 콘텐츠’로 규정된 멀티미디어 파일 5만 건을 정리한, 이른바 ‘마스터 목록’을 바탕으로 위구르족과 튀르크족 취조 대상을 색출한다”고 폭로했다. 

HRW에 의하면 해당 목록에는 폭력적인 사진, 음성, 영상 콘텐츠 외에 폭력과 무관한 자료도 다수 포함됐다. 

HRW는 목록 파일에 담은 콘텐츠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앞서 2019년에 유출된 신장 위구르자치구 구도 우루무치(烏魯木齊) 주민 1400여 명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파일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들 주민의 핸드폰에 저장된 콘텐츠 1000여 건이 신장 공안이 마스터 목록에 담은 콘텐츠와 일치했다. 매칭된 파일 1000건 중 폭력적이거나 폭력을 부추기는 콘텐츠의 비중은 약 13%에 그쳤고 57%는 코란 구절 등 일상적인 종교 자료였다. 

HRW는 신장 공안이 이러한 마스터 목록을 취득한 방법도 폭로했다. HRW에 의하면 신장 공안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9개월 동안,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 ‘징왕웨이스(淨網衛士)’를 이용해 우루무치에 거주하는 주민 350만 명의 휴대전화 120만 대를 대상으로 비밀리에 약 1100만 건의 검색을 실시했다. 공안의 마스터 목록은 징왕웨이스의 검색 결과를 담고 있다.  

징왕웨이스는 중국 3대 통신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차이나유니콤과 상하이 감시기술 기업 랜다소프트(蓝灯)가 공동 개발한 인터넷 검열 앱이다. 신장 당국은 지난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를 앞두고 강제로 관할지역 주민들에게 해당 앱을 설치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HRW는 미국 언론기관 인터셉트를 인용해 “란다소프트는 우루무치 공안을 위해 ‘아이탭(iTap)’이라는 감시 시스템도 개발했다. 우루무치 공안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 당사자의 동의 없이 연락처, 주소, 차량 정보, 금융 계좌 정보, 인터넷 계정 등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 공안은 확보한 정보를 통합해 모든 주민을 감시할 수 있고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주민들의 관계도 찾아낼 수 있다”고 전했다. 

HRW는 신장 공안이 이른바 ‘극단주의 자료’를 소지한 주민을 처벌한 사례도 언급했다. 

HRW가 2018년에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당시 신장 위구르 자치구 아커쑤(阿克蘇)시 정치교육수용소 수감자 2000명 가운데 약 200명(10%)이 “폭력적·테러주의적인 멀테미디어 콘텐츠를 저장·공유하거나 그러한 콘텐츠를 저장·공유한 사람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 이들은 ‘테러주의자 또는 극단주의자’로 분류됐다. 

신장 자치구 내 구치소에 수감됐다 풀려난 한 위구르인은 지난 2018년 함께 수감된 60세 노인의 사연을 HRW에 전했다. 노인은 이슬람 교리를 담은 음성 파일을 딸에게 보냈고 딸은 친구에게 해당 파일을 보냈다. 부녀는 이 일로 각각 6년형과 3년형을 선고받았다. 

마야 왕 HRW 중국부 부장대행은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는 신장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감시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휴대전화에 단순히 코란을 저장한 위구르인도 공안의 취조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대규모 감시 및 사회 통제 활동에 참여하는 기술 기업들을 밝혀내 이들 기업이 더 이상 이런 일에 참여하지 않게 조처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했다.

HRW 보고서 공개 당일, 중국 당국이 최근 신장을 출입하는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기자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독일의소리(DW) 방송은 이날 미국 감시산업 연구 업체 IPVM을 인용해 “상하이 경찰이 외국 언론인이 신장행 항공편이나 티켓을 예약하거나 위구르족이 상하이에 오면 통보하는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해당 경보 시스템은 상하이의 알리바바 공안 클라우드 시스템과 직접 연결돼 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해당 사안에 대한 DW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