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수산물’ 막아내며 ‘공무원 승진’ 레전드 갱신한 주인공

이서현
2021년 01월 7일 오전 2:5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16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 세계무역기구(WTO) 승소를 이끈 산업통상자원부 정하늘(40) 통상분쟁대응과장이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해 31일 산업부에 따르면 4급 서기관인 정 과장은 최근 인사에서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2018년 4월 경력개방형 직위로 산업부에 들어와 2년 반 만에 3급 부이사관이 된 것.

일반 공무원이라면 통상 14~15년가량의 기간이 걸린다.

또 전 부처를 통틀어 개방형 직위 공무원 가운데 첫 승진 사례다.

민간에서 개방형 직위로 공무원이 되면 해당 임기를 마친 후 그만두거나 같은 직급으로 계약을 연장한다.

올해부터는 외부 스카우트 인재가 뛰어난 성과를 보인 경우 승진도 가능하게 규정이 바뀌었다.

덕분에 정 과장은 이례적으로 초고속 승진 대상자가 됐다.

유튜브 채널 ‘인사처TV’

정 과장은 2019년 4월 한국의 일본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한일 간 무역분쟁에서 우리 측의 WTO 승소를 끌어내는 데 기여해 주목받았다.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2013년 9월, 일본 8개 현 식품 수입을 금지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두고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고, 2018년 2월 한국은 1심서 패소했다.

한국은 패널 판정에 문제가 있다며 2018년 4월 9일 상소를 접수했다.

그동안 WTO 위생 및 식품위생(SPS) 협정 관련 분쟁은 지금까지 40여 건 있었지만, 1심이 뒤집힌 사례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승소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19년 4월 12일 한국 정부는 WTO 상소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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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정 과장이었다.

그는 재판 전 제네바 호텔에 워룸(War Room)을 차려놓고 3주간 20여 명의 대응팀과 함께 온종일 시뮬레이션을 해가며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2주 만에 눈 안에 갑자기 종양이 생겨 귀국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이 승소할 수 있었던 이유로 “일본 식품의 방사능 검출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슷할지 몰라도 일본의 환경적 조건이 식품에 끼치는 잠재적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인사처TV’

그의 승진 소식에 누리꾼들은 “어느 쪽에 계세요? 절 받으세요” “진짜 감사합니다” “멋지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축하를 보냈다.

한편, 정 과장은 미국에서 법학전문석사(JD)를 딴 뒤 워싱턴DC에서 통상전문 변호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국내에서 통상분쟁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던 그는 통상분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을 보며 국익에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개방형 직위 공무원에 도전했다.

군복무 시절에는 소말리아에 파견되는 청해부대 2진으로 가 사령관 법무참모로 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