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사능 피폭돼 ‘이지메’ 당하던 일본 소년을 꼭 안아준 프란치스코 교황

김연진
2019년 11월 27일 오후 12:4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44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에게 ‘이지메(집단 괴롭힘)’는 너무나도 큰 고통이었다.

“죽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괴롭고 끔찍한 날이 이어졌다”

소년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 피해자였다. 사고 발생 이후 가족과 함께 도쿄로 피난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원전 사고 피해자’라고 낙인찍혀 따돌림을 당했다.

그 동네에서 소년은 ‘세균 덩어리’라고 불렸다.

소년에게 누구도 먼저 말을 걸지 않고, 누구도 따스한 품을 내어주지 않았다.

연합뉴스

그런 소년에게 유일하게 다가온 존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교황은 소년을 꼭 안아주며 그 슬픔과 외로움, 쓸쓸함, 고통을 어루만졌다.

지난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본 도쿄를 방문해 동일본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자들과 만났다.

그곳에서 피해 학생인 고등학교 2학년 가모시타 마쓰키(鴨下全生)군을 만났다.

교황과 가모시타군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3월, 가모시타군은 삶의 끝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편지를 보냈다. 치유받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Instagram ‘franciscus’

가모시타군은 “후쿠시마에 와서 사고 피해자들을 위로해주세요”라고 교황에게 부탁했고, 교황은 “가겠다”고 답변했다.

당시 교황은 사정상 후쿠시마에 직접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가모시타군을 바티칸으로 초대했다. 이후 약 8개월 만에 둘은 다시 만났다.

가모시타군은 “어른들은 오염, 피폭, 앞으로의 피해도 모두 숨기지 않고 알릴 책임이 있다”라며 “미래에서 피폭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부디 함께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교황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언급하면서 “우리들은 미래 세대에 커다란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