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 “‘기후 위기’ 선동에 단호히 저항해야”…美 백악관 내부 보고서(하)

이윤정
2023년 04월 4일 오후 10:15 업데이트: 2023년 04월 5일 오전 11:24

CO² 배출량 과장돼…“이대로 가면” 문구, 오해 소지
기후 모델이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도 ‘위기’ 아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 명예교수가 신간 ‘기후 종말론’에서 공개한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 2021년 내부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회(IPCC)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다음 세기에 걸쳐 지구온난화가 미칠 경제적 영향은 다른 변화에 비해 작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IPCC는 경제 성장과 발전의 여러 동향과 관련해 지구온난화로 예상되는 영향에 관해 철저히 조사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경제 부문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다른 요인들에 비해 작고 관리 가능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보다는 인구, 고령화, 소득, 기술, 상대적 물가, 생활 방식, 규제, 거버넌스 및 기타 사회경제적 발전의 많은 변화가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수요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라고 덧붙였다.

최악의 시나리오 남용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2021년 보고서 | 박석순 교수 제공

보고서는 “대부분의 이산화탄소 배출 예상치는 현재 너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기후 모델이 너무 높은 온난화를 예측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했다.

이어 “기후변화의 미래 영향에 관한 연구는 장기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예측에 의존한다. 불행히도,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연구가 ‘RCP 8.5’라고 불리는 방출 시나리오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심각하게 과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대표농도경로)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농도를 설정한 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산출해 그 결과의 대책으로 사회·경제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책을 결정한다. 2.6, 4.5, 6.0, 8.5의 4종으로 구성되는 RCP 시나리오의 숫자는 복사강제력, 즉 온실가스 등으로 에너지의 평형을 변화시키는 영향력의 정도를 가리킨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일부 과학자들은 동료들에게 이 시나리오의 사용을 중단하거나, 단지 추측성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경고 라벨을 붙이도록 권고했지만, 권고를 받아들이는 대신 ‘이대로 가면(BAU: Business-As-Usual)’이라고 계속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우리가 비용이 많이 드는 배출량 감소를 신속하게 달성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암시하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후 예측 모델 연구 과학자들이 사용한 범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음을 제시했다. 아울러 “과거 배출 경향과 일치하는 예측은 기후 위기를 가리키지 않는다”며 “오히려 느리고 지속적이며 관리 가능한 변화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는 다음 세기에 기후변화의 영향이 다른 모든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IPCC의 결론을 지지한다고 보고서는 거듭 강조했다.

많은 기후모델 예측 빗나가

이산화탄소 역할과 최적·최악의 모델. 최악의 기후모델이 예측한 평균 기온(붉은색 선)은 실제(파란색 선)보다 훨씬 높다. | 박석순 교수 제공

보고서는 “기후 모델은 위기를 예측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 세계에 40개 이상 존재하는 기후 모델들은 다양하고 많은 현상을 예측한다. 모델은 설정에 따라 급격한 온난화나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등과 같은 기후 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예측에 불과한 것이지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러한 예측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태양복사, 온실가스, 대기오염, 토지 피복과 같은 중요한 기후 요인의 관찰된 변화를 고려할 때 지난 40년 동안의 추세를 더 잘 재현하는 모델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이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들은 거의 모든 모델이 관측된 것보다 지구 대기가 더 따뜻해질 것으로 예측하며, 관측된 온난화의 최소 두 배를 예측하는 모델도 많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정확한 모델들은 온실가스의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모델이었고, 이 모델들은 미래에 더 적은 온난화를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가장 정확한 모델이 예측한 것은 기후 위기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구체적으로 “적절한 경제 모델과 예측 기후를 함께 고려할 경우, 향후 30년 동안 중간 정도의 온난화와 작은 경제적 효과를 보여준다”면서 “극단적인 RCP 8.5와 같은 극히 드문 경우가 일어난다고 해도 2100년까지 전 세계 GDP의 약 7%에 해당하는 경제적 순손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덧붙여 “이는 연평균 2%의 경제성장률을 보인다면, 세계 경제가 2020년부터 2100년까지 388%가 아니라 354%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도 위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2021년 보고서 | 박석순 교수 제공

보고서는 “IPCC는 2012년 지구의 기상이변 장기 추세를 검토하면서 기후변화와 대부분의 기상이변 유형 간의 명확한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가뭄 빈도를 포함한 일부 추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 현재 많은 미국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산불은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COVID-19 대유행은 세계적인 위기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며 “이것과는 반대로 기후변화는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속해 감시해야 할 사안이지만, 나타난 증거들은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부정확한 기후변화 선동으로 세계 발전과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정책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며 단호히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