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탓에 요즘 고래 사이에서 유행 중인 ‘천하태평 사냥법’

김우성
2021년 01월 24일 오전 10:3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49

고래 사이에 새로운 사냥법이 유행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환경오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야생동물 촬영가 버티 그레고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타이 만에서 무인 항공기를 이용해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브라이드고래가 수면 가까이에서 입을 크게 벌린 채 가만히 기다린다. 입안으로 물고기 떼가 몰려들자 잽싸게 입을 닫아버린다.

facebook ‘Bertie Gregory’

보통 고래는 바다 표면을 돌아다니며 크릴이나 작은 물고기 떼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해 바닷물과 함께 삼키는 방식으로 사냥을 한다.

그런데 이곳 브라이드고래는 멸치 떼에게 돌격은커녕, 바다 위로 머리를 내민 뒤 입을 벌린다. 그렇게 평균 15초 정도 자세를 유지하다가 멸치 떼가 흘러들어오면 입을 다문다.

연구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브라이드고래가 자세를 잡고 입을 벌리면 멸치 떼가 방향감각을 잃고 위턱과 아래턱 사이로 흐르는 물살에 쓸려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멸치 떼가 왜 입속으로 들어가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facebook ‘Bertie Gregory’

이런 함정 사냥법은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덜 쓰고 효율이 높아 최근 고래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고래는 사냥법을 개발하고, 효과가 있으면 유행을 타듯 다른 고래에게 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래가 동물 중에서도 사회성이 뛰어나기에 가능한 일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함정 사냥법이 등장한 배경으로 산소 고갈을 뽑았다.

미처리 하수가 큰 강을 오염시키고, 타이 만까지 흘러 들어가 부영양화가 일어나면서 해수에 산소가 부족해진다.

고래의 먹이인 작은 물고기들은 산소가 많은 바다 표면으로 이동하고, 고래는 변한 환경에 적응해 새로운 사냥법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함정 사냥법은 타이 만의 브라이드고래뿐 아니라, 캐나다 밴쿠버의 혹등고래에게서 발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