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터 대기만 5일 이상” 중국 방역 완화 후폭풍

강우찬
2022년 12월 18일 오후 8:0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8일 오후 8:05

병원 앞 ‘발열’ 환자 인산인해…외래진료 중단
의료 시스템 부담 고려 없이 갑자기 정책 전환
주중 미·독 대사관 “감염급증에 비자 발급 중단”

중국이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위드 코로나’ 전환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가 치솟고 있다.

베이징 위생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베이징 시내 발열환자 외래 환자 수가 일주일 만에 16배, 구급차 요청 건수는 평소의 6배인 3만 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은 사실상 위드 코로나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 7일 중국 국무원은 PCR 검사 축소, 음성 증빙서 제시 없이 지역 간 이동 가능, 무증상·경증 감염자는 자택격리 허용 등 10개 항목의 ‘신규 방역 조치’를 발표했다.

빈번한 PCR 검사와 이동 제한, 확진 시 무조건 시설에 격리 수용되는 강압적인 방역 정책을 크게 완화한 조치다.

그러나 봉쇄 조치 완화 이후에도 베이징 거리에는 활기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급속한 감염 확산 때문이다. 화장터는 대기시간만 며칠이라고 알려졌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지난 13일 아침 출근 시간대 지하철역 내부를 찍은 영상이 게재됐다. 한산한 역사 내부에는 촬영자를 포함해 이용객이 3명뿐이었다.

베이징 시민 탕(唐)모씨는 14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거리는 한산하지만 병원은 엄청나게 붐비고 있다”며 “줄이 너무 길어 병원 이용이 불가능하고 중환자실도 대기자가 밀려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베이징 시민 예(野)모씨는 “온 가족이 감염됐다”며 “주변에도 발열과 인후염, 몸살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예씨는 “병원을 찾은 사람도 대부분 발열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동영상에는 베이징 시내 병원 입구 앞에 인파가 몰린 장면이 다수 포착됐다. 병원 내부도 환자들로 가득했다.

시민들에 따르면 시내 병원들은 환자가 너무 몰려 발열증세 환자에 대한 외래 진료를 중단했다.

자신의 성을 광(光)씨라고 밝힌 한 베이징 시민은 “내가 아는 주변 사람 거의 대부분이 감염됐다”며 “동생네 가족과 친구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 보건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4일 “PCR 검사 강제 시행을 중단하면서 감염자 수가 실제 상황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사실상 감염 실태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6일 홍콩대 연구진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백신 추가 접종 없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경우 중국 본토에서만 사망자가 100만 명 이상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경고는 이미 올해 초부터 제기돼왔다. 중국 푸단대 연구팀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로 코로나 완화 이후 중국 본토에서 16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보건의료 데이터 분석업체 에어피니티는 중국 본토 사망자를 최대 210만 명으로 예측했다.

사망자 급증의 주요 원인은 중국의 낙후된 의료 인프라다. 중국은 세계적 강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의료 시스템은 후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병원 내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의료 붕괴까지 우려된다.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감염된 의료진도 무증상이면 출근을 강요당하고 있다. 의대생들까지 투입되는 실정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는 부족한 의료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각 지역 병의원에, 퇴직 후 5년 이내 의사에 대한 재고용을 제안했다.

하지만 몰려드는 환자로 의료진 부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인 RFA는 한 베이징 시민의 발언을 인용해 “나이 많은 부모가 코로나19 중증이지만, 구급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대기번호가 4천 번이 넘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구조 신고를 접수하는 베이징구급센터(120)의 교환원은 구급차 출동 대기사례만 40건이라며 “아침 7시에 구급차를 불러도 낮 1시가 넘도록 현장에 도착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베이징시 둥팡병원 관계자는 지난 13일 자신의 웨이보(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화장하려면 적어도 5~7일을 기다려야 한다”며 “시신 보존이 심각한 문제”라고 적었다.

시민들이 웨이보에 올린 동영상에도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전용 화장터 앞 길가에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이 담겨 있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미국과 독일 주중대사관은 통상적인 비자 절차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사관은 16일 베이징 대사관과 상하이 영사관에서의 통상적인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하고 여권과 긴급 영사 서비스로만 업무를 제한했다. 확진자 급증을 고려한 조치로 알려졌다. 광저우, 우한, 선양 영사관도 긴급한 상황에만 비자를 발급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독일대사관도 이날 비자 발급 업무와 영사 창구 운영을 이날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임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패트리샤 플로르 주중 독일대사는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독일상공회의소 강연에서 중국의 의료 시스템 정비 상황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플로르 대사는 중국 공산당이 사람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갑작스럽게 정책을 전환했다며 “또 다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