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CEO “작년에 MS·구글 지원 끊겼었다…자체 개발 OS로 승부”

한동훈
2020년 09월 14일 오후 4:22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14

중국 화웨이가 자사 스마트폰에 자체 운영체제(OS) 탑재 계획을 밝혔다.

미국의 거듭된 제재로 미국기업과 거래가 차단되면서 구글의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대회에서 내년부터 자사 스마트폰에 자체 OS ‘훙멍'(鴻蒙)을 적용해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올해 12월 훙멍 정식버전을 공개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위한 베타버전도 올해 말까지 배포하겠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훙멍’을 공개하며, 마이크로커널(microkernel) 기반으로 제작돼 안드로이드보다 작동이 원활하고 보안이 우수한 체제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을 제외한다면, 구글과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훙멍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화웨이의 해외 시장은 미국의 제재에 막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위청둥 CEO는 지난 8월 19일 상하이에서 노트북 신제품인 메이트북(MateBook) X 프로를 발표했다. 이 제품은 OS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 10이 탑재됐다.

위청둥 CEO는 발표회 뒤 기자회견에서 “작년에 미국 제재로 수개월 동안 화웨이 컴퓨터(PC) 제품군에 MS의 윈도우 공급이 중단돼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0일(현지시간)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서 열린 화웨이 연례개발자대회 | 연합뉴스

또한 “구글 역시 화웨이 기기에 안드로이드 시스템의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 라이선스 발급을 중단해 자체 OS인 훙멍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화웨이 관계자가 MS와 구글로부터 제품 공급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5월 미국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사전 승인 없이 미국기업과 거래를 금지했다. 이에 MS는 온라인 스토어에서 화웨이 제품을 삭제했다.

이후 화웨이는 1년간 PC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다가 이번에 메이트북 X 프로를 내놓은 것이다.

다만 위청둥 CEO는 MS로부터 윈도우를 다시 공급받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화웨이, 중국 공산당 군부와 관련성 지목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제조업체이자 세계 2위의 휴대전화 제조기업이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 및 군대와의 관련성이 다양하게 드러났다. 화웨이 연구원들은 국방대학과 연구자료를 공유하고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화웨이는 정부 당국에 협력해 정보 수집, 네트워크 감시와 감청을 수행한다. 공안부가 주도하는 검열 시스템인 ‘황금 방패 프로젝트’와 관련된 빅데이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화웨이는 자체 OS 훙멍을 발표하고 향후 자사 제품에서 미국 기업이 제공하는 OS를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훙멍은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세상이 탄생하기 전 혼돈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영어 명칭은 화합을 뜻하는 하모니(harmony)다.

중국 전문가 종위안은 “중국 공산당은 ‘인류 운명 공동체’를 강조한다. 악당이 검은 속내를 감추고 ‘모든 인류는 같은 편’이라고 하는 식이다. 공산주의 세계화를 위한 허울이다”라고 운을 뗀 뒤 “화웨이가 혼돈 뜻의 운영체제인 훙멍의 영어 명칭을 하모니로 지은 것은 절묘한 자기 풍자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는 “인민해방군을 위해 전 세계 5G망 침투를 수행하며 ‘혼돈’을 추구하는 화웨이가 ‘하모니’를 표방하는 것을 보면 화웨이라는 기업 자체에 공산당 DNA가 흐르는 것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