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비밀 이름은 ‘F7’…어떻게 만들어졌나

허젠(何堅)
2018년 12월 11일 오후 3:52 업데이트: 2023년 08월 26일 오후 9:10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북미 정상회담 당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부사장 멍완저우(孟晚舟)가 미국의 인도 요청으로 1일 밴쿠버에서 갑자기 캐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건은 즉시 국제 뉴스의 헤드라인에 등장했다.

멍완저우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이자 당시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유력한 화웨이 후계자였다.

CBC 방송에 따르면 7일 보석심리에서 미국 측을 대리한 캐나다 검찰은 화웨이가 대이란 금수 조치를 피하고자 2009~2014년 사이 홍콩에 설립된 스카이콤을 통해 이란과 거래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멍완저우의 사건으로 ‘F7’ 재조명

화웨이의 이란 제재 위반 혐의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미국은 화웨이의 경쟁사인 중국 ZTE의 이란 제재 위반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화웨이가 관련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2년 3월 로이터 통신은 ZTE의 북한과 이란 제재 위반에 대한 조사 보고서(Special Report: Chinese firm helps Iran spy on citizens)를 발표한 후, FBI는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그해 5월 ZTE의 법률고문 애슐 카일 야블론은 FBI에 ZTE 내부문서를 제공했다.

2012년 7월 인터넷 매체 ‘스모킹 건(Smoking gun)’이 공개한 FBI 기밀 증언의 일부 내용(자세한 내용은 <FBI Targets Chinese Firm Over Iran Deal> 참조)을 보면, ZTE 직원들이  FBI를 어떻게 파괴할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는 사실을 야블론(Yablon)이 FBI에  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2016년 3월에 일부 ZTE 내부 문건(중문 원문영문 번역문)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ZTE는 미국의 규제를 피해 이란에 수출할 수 있는 세부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F7이라는 경쟁 상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F7도 유사한 수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ZTE의 제재위반 계획은 분명히 F7의 방법을 참조한 것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0명의 미국 의원들이 같은 해 언론 보도를 인용해 F7이 화웨이라고 확신하는 내용의 서신을 상무부에 보냈다. 2017년 4월 의원들은 다시 로스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F7의 신원 공개와 전면조사 등을 요청했다.

ZTE 문건에서 열거한 F7의 세부사항

서방 언론과 미국 의원들의 F7에 대한 추적은 이미 확인된 ZTE 내부 문서(ZTE 내부문건 제 4,5 쪽)에 근거한 것이다. 문건은 F7의 몇 가지 세부 사항을 열거하고 있다.

1. 2010년, F7이 제재국에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이 미국의원에 의해 고발됐다.

2. 2010년, F7은 미국  IT 솔루션 기업인 3리프시스템(3Leaf System) 회사 인수를 시도했으나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미 행정부에 의해 거부됐다.

3. F7은 미국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인 시만텍 코퍼레이션과 합자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4. F7은 미국 수출통제법에 익숙한 변호사를 초빙해 본사뿐 아니라 해당 계열사에서 전문경영인으로 근무하게 했다.

2010년 8월 18일 공화당 의원 8명은 오바마 행정부에 미국의 3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 넥스텔’에 전기통신설비를 공급하려는 화웨이의 입찰을 심사하라고 요구했다. 화웨이가 사담 후세인 정권에게 장비를 팔았고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와도 밀접한 비즈니스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5월 화웨이가 200만 달러를 출자해 3Leaf의 자산을 인수했고, 미국 외국투자위원회(CFIUS)는 국가안전을 이유로 거래 중단을 제안했다. 2011년 2월 화웨이는 3Leaf 인수포기를 선언했다.

화웨이 별명은 F7, 두루 알려진 사실

실제로 중국 통신업계에서는 화웨이와 ZTE가 상대방에게 붙인 별칭을 부른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화웨이와 ZTE는 모두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수년간 서로 긴장된 경쟁상대였고, 사내에서는 다소 비하적인 별칭으로 상대방을 부른다.

화웨이가 ZTE에 붙인 별명은 ’26’이다. 26의 중국어 발음은 얼류(二流, 2류)와 같은 것으로 ZTE가 일류 회사가 아닌 이류 회사라는 뜻이다. 한편, ZTE는 화웨이를 ‘ F7’로 불렀다. F7은 중국어 푸치(夫妻, 부부)와 발음이 같은데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非正非)가 두 명의 비서를 아내로 맞이한 것에 대한 풍자다.

화웨이가 F7, ZTE가 26이라고 부르는 것이 널리 퍼지면서 ZTE 직원들은 2010년 한 중국의 인기 커뮤니티의 ZTE 통신 코너에서 F7과 26의 유래를 설명하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댓글’의 부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이 왜 화웨이를 F7, ZTE를 26이라고 부르는지 설명하겠다.

우선 화웨이의 영어는 Hua Wei로 이니셜 H W는 영어 husband and wife의 약자이기 때문에 F7은 부부라는 뜻이다.

둘째, 화웨이의 장문인(掌門人·문파의 우두머리)은 런정페이, 2인자는 쑨야팡(孙亚芳), 그들은 부부이므로 F7과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화웨이를 F7이라고 부른다.

ZTE를 26이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ZTE는 통신업계에서 이류 제조업자라는 것이다. 이 현실을 반영한 이름이다.”

한편, ZTE와 화웨이는 서로가 상대방에게 부르는 별칭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을 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