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백도어’ 없다지만…中 보안법 “정부에 정보 제공은 의무”

올리비아 리(Olivia Li)
2019년 03월 26일 오후 4:17 업데이트: 2019년 10월 27일 오전 8:23

궁지에 몰린 화웨이의 CEO가 자사 기술이 중국 정부의 첩보 활동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최근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서구권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정부가 화웨이 기술을 이용해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감시할 수 있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부정했다. 필자는 2월 19일 CBS 뉴스에 “기업에 ‘백도어’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은 중국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중국 기업에 백도어 설치를 강제하는 법은 없지만, 서구권 정부와 전문가가 우려하는, 몇가지 보안 관련법은 존재한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지난 1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화웨이 기소를 발표하면서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중국 사이버 보안법에 따라 정부 측의 액세스 요청을 받으면 이의 제기 등의 절차가 없이 그대로 액세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공식적”이라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2015년 중국 공산당은 중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해외 수입품을 선별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중국 법을 따르는 모든 핵심 네트워크 인프라와 정보 시스템은 ‘안전하고 통제 가능’해야 한다는 필수 요건을 두고 있다.

당시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보고서를 발표해 “이 새로운 법이 중국에서 사업 활동을 하는 기업에 상업 전산망 백도어 제공뿐만 아니라, 컴퓨터 코드와 암호키를 모두 정부에 넘기는 것을 의무화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켰다.

국가정보법

2017년 중국 정부는 국가정보법을 제정해 모든 중국 국민과 기업은 정부가 요청하면 정보 자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국가정보법 제7조는 “중국 단체 및 시민은 법에 따라 국가정보법을 지원, 협조,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가는 그러한 정보 활동에 도움을 주는 개인과 단체를 ‘보호’할 것이라 덧붙이고 있다.

국가정보법 제14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 정보부는 (중국) 정부, 단체, 시민에게 필요한 지원, 보조, 협조 제공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반(反)간첩법

중국이 2014년 제정한 반간첩법은 ‘관련 단체와 개인’이 반첩보 활동 수사 중 보안기관에 정보를 ‘솔직하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보안기관이 그러한 요청을 할 때 단체나 개인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2017년 발표된 시행규칙은 정보 제공을 거부한 개인이나 단체는 반간첩 작전을 방해한 것으로 간주해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 명시하고 있다.

반테러법

2015년 12월 제정된 중국의 반테러법은 통신업체가 반테러 작전과 관련해 정부 당국에 협조해야 함을 명시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제18조를 보면 ‘통신업체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는 보안 기관에 ‘기술 연동과 암호 해독’과 같은 기술 지원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사라진 법치’

이러한 법들은 백도어 설치를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통신업체에 대한 중국 정권의 지배력을 강조하고 있어 많은 국가의 정부와 전문가들을 우려하게 만들었다.

중국 사이버 전문가이자 SOS 인터내셔널 부장인 제임스 물베넌은 2018년 3월 열린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 통신 및 장비 업체들은 국가 보안 서비스 기관에 사전 통보 없이 네트워크 및 장비 무제한 액세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1월, 호주 언론매체가 호주 정보기관의 기밀 보고를 인용해 “한 소식통이 화웨이가, 호주의 네트워크는 아니지만 ‘해외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도록 비밀번호와 접근 정보를 중국 정보기관에 넘긴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변호사이자 인권 운동가인 텡바오는 지난 3월 본보 자매 언론사인 NTD에 “관련법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중국 정권이 기업에 개인 정보를 넘기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텡바오는 “중국이 법의 지배를 받는 국가가 아닌,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모든 것에 권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7년, 반체제 인사의 이메일 기록을 중국 정부 당국에 제공했음을 시인한 미국 인터넷 기업 야후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로 인해 반체제 인사 중 두 명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야후는 중국 정부 당국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텡바오는 “중국 기업은 고사하고, 미국 기업인 야후조차도 중국 정부의 요청을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