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참가자마다 손에 든 ‘만화 포스터’의 정체

Liang Zhen
2019년 07월 11일 오후 3:09 업데이트: 2022년 05월 28일 오전 11:28

미국 진출에 성공한 유명 중국인 만화가, 홍콩 시위대에 감동받아 포스터 제작

홍콩=지난 1일과 7일 진행된 홍콩 시위. 무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송환법 반대’를 위해 거리로 나온 참가자들 손에 쥐어진 ‘만화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홍콩 버텨라(香港撑住)”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는 노란 우산을 펼쳐 들고 최루탄을 막아내는 여성과 아이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졌다.

동양적인 화풍에 세밀한 묘사와 역동적인 구도가 돋보이는 포스터에 시위 참가자들은 적잖이 공감한 모습이었다.

포스터를 그린 사람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출신의 유명 만화가 궈징슝(郭競雄) 씨.

7일 시위 참가자 손에 들린 붉은 바탕에 노란 색 홍콩 버텨라 포스터 | WSJ 페이스북 캡처
궈징슝의 두번째 포스터 ‘홍콩 버텨라(香港撑住)’ | 칸중궈 제공

중국 지린예술대학 출신인 궈징슝은 2006년 세계 최고 만화축제인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전에서 최고상인 특별상을 받으며 국제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수상작은 홍콩의 전설적인 무협소설 작가 김용과 함께 작업한 ‘천룡팔부(天龍八部)’.

이후 유럽 시장에 진출한 궈징슝은 2008년 미국 이민국으로부터 ‘특별한 인재’로 분류돼 순조롭게 미국에 이민한 후 미국 만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제31회 ICON 만화 페스티벌에서 ‘독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과 ‘특별 예술 게스트’ 상을 받았다.

만화가 궈징슝(왼쪽)과 소설가 김용(오른쪽) | 궈징슝 제공

궈징슝은 8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홍콩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 포스터를 그렸는데, 두번째 포스터부터 많은 분이 거리에 들고 나가셨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한 홍콩 현지 매체에 실리며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이토록 많은 젊은이가 맞아 쓰러져도 다시 우뚝 일어서며, 짓밟혀도 다시 일어서 의연하게 항쟁을 계속하고 있다.”

“100만, 200만명의 시민들이 평화롭게 행진했다. 감동이었고 창작의 영감이 됐다. 예술가로서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홍콩에 머문 궈징슝에게 홍콩은 그리움과 협객의 도시다.

궈징슝의 첫번째 포스터 ‘홍콩 힘내라(香港加油)’ | 칸중궈 제공

그는 김용, 양우생(梁羽生), 황이(黃易) 등과 홍콩의 유명 무협소설가들과 함께 활동하며 “의협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홍콩이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그는 “중국 본토와 홍콩 간 갈등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혼동하는 것에서 빚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의 젊은이들이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구분해, 본토 관광객에게 잘 대해주면 좋겠다. 공산주의를 무너뜨릴 진정한 힘은 중국 내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궈징슝의 세번째 포스터 ‘선이 곧 정의다(善即正義)’ | 칸중궈 제공

홍콩 시위 소식을 들은 이후 일주일에 이틀을 홍콩인을 위한 작업활동에 할애하고 있다는 궈징슝의 세번째 작품은 ‘선즉정의’(善即正義)다.

궈징슝의 화풍은 중국 전통회화의 기초에 미국 코믹스의 영향이 더해진 동서양이 어우러진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혁명적이고 투쟁적인 공산당식 표현과는 다르다”며 “사람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작품들이다. 선량한 느낌을 받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추악하게 그려 풍자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은 아름답지 않고 긍정적인 힘을 북돋울 수 없으며 오히려 갈등만 키운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故) 스탠 리(Stan Lee)와 함께 찍은 사진 | 궈징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