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경제 아닌 정치적 문제” 중국 정부 말바꾸기, 배경은?

류지윤
2020년 06월 13일 오후 2:34 업데이트: 2020년 06월 13일 오후 2:34

장샤오밍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이 송환법 반대 운동 1주년이 되는 시점에 홍콩 시위를 가리켜 ‘정치적 문제’라고 표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일 장샤오밍 부주임은 홍콩 기본법 제정 30주년 기념 온라인 토론회에서 “홍콩 문제는 경제나 민생, 사회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라며 “홍콩의 두 번째 중국 반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콩 시민사회는 중국공산당이 홍콩 시위를 두고 경제·민생 문제라고 공언해오다가 갑자기 정치 문제라고 말 바꿈을 하는 데는 살벌한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중국 잡지 ‘베이징즈춘(北京之春)’ 명예 주간인 후핑(胡平)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공 당국이 홍콩 시위를 ‘경제 문제’에서 정치 문제’로 바꿔 말한 것은 “베이징이 홍콩에 대한 통제와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의미라고 지적했다.

후핑은 “베이징은 홍콩에 경제적인 문제가 있지만 경제 문제 해결만으로 항쟁을 없앨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홍콩 야당인 공민당 앨빈 양 대표는 장샤오밍의 발언이 ‘살기등등하다’고 말했다. 앨빈 양은 “장샤오밍의 발언이 1989년 인민일보의 4.26 사설과 리펑의 5·20 발언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공산당이 “대대적인 진압을 위한 길을 닦으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시위대를 향해 “단호히 동란에 반대해야 한다”고 했던 사설을 발표했었다. 리펑은 그해 5월 20일 계엄령을 선포했다. 두 사건 모두 톈안먼 유혈 진압이라는 참극과 연결된다.

앨빈 양은 장샤오밍이 이른바 ‘홍콩 독립 세력’에 대한 대응 방침에 관해 ‘머리만 내밀면 때리고,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체첸에 유혈진압 정책을 펼친 사건에 비유했다.

앨빈 양은 “러시아가 체첸을 다룬 방식은 극도로 피비린내 났다. 베이징은 같은 수법으로 홍콩인들을 다루겠다고 암시하는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지난해 중국공산당은 관영 매체를 통해 홍콩 시위를 주택과 취업 등의 문제로 불거진 민생 문제로 귀결시켰다. 그러면서 홍콩 갑부 리카싱을 비롯한 재계 거물들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신화통신은 지난해 9월 ‘주거 문제 해결로 홍콩 사회 갈등 해소’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송환법 파동은 홍콩의 사회 갈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홍콩 시위의 원인이 빈부격차와 계층 이동의 고착화에 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홍콩에는 주택문제 해결이 가장 절박하다”며 “고통을 되돌아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전했다.

홍콩인들은 지난해부터 중국 공산당이 규정한 ‘법’을 어기는 홍콩인들을 중국 본토로 보내 재판받는 것을 막기 위해 전례 없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6월 9일 103만 명, 6월 16일 200만 명(홍콩 사상 최다 시위 참여자), 7월 1일 55만 명, 7월 21일 43만 명, 8월 18일 빅토리아공원 집회에 170만 명이 참가했다.

거센 민심에 홍콩 정부는 끝내 송환법을 철회했지만 해가 바뀌어 중국 공산당은 홍콩 보안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송환법이 인권운동가 등 특정인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면 보안법은 전 국민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에 홍콩 민주 진영은 “중국 공산당이 단속에 왜 실패했는지 반성하지 않는다”며 “폭력을 이용하고 홍콩 시민에게 책임을 전가해 결국 이 섬이 흔들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