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수반 캐리 람 장관, 중국 지도부와 면담에서 신임 확인

프랭크 팡
2019년 12월 17일 오후 4:03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00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에 대한 변함없는 신임을 천명했다.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는 홍콩 현지에서 람 장관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캐리 람 장관은 지난 15일 연례 보고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 지난달 24일 홍콩 지방선거(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 후보들이 대승을 거둔 이후 최초의 베이징행이다. 홍콩 지방선거는 총 유권자 414만명 중 294만명이 투표해 역대 최고인 71%을 기록하며 사실상 람 장관에 대한 불신임 투표로 간주됐다.

홍콩민의연구소(HKPORI)가 11월 28일부터 12월 3일까지 홍콩시민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캐리 람 장관의 지지율은 시위사태 시작 이전인 지난 5월 말 기준 44.7%에서 현재 19.7%로 하락했다.

캐리 람 장관의 이번 베이징 방문은 중국 지도부가 홍콩 시위사태 해결을 위해 내각을 재구성하리란 관측이 나오던 와중에 이뤄지며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16일 시진핑 총서기는 람 장관과의 비공개 면담에 앞서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2019년 홍콩은 반환 이후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다”며 “우리는 캐리 람 장관이 홍콩 특구를 법에 따라 통치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신임 의사를 내비쳤다.

아울러 시진핑 총서기는 “홍콩이 다시금 정상 궤도에 오르길 바란다”며 “홍콩 경찰의 법 수호 노력에도 지지를 보낸다”는 말로 홍콩 경찰의 ‘엄격한 법 집행’을 향한 지지 의사를 전했다.

캐리 람 장관은 시진핑 총서기와 만남에 앞서 천안문 광장 서쪽에 위치한 인민대회당에 들러 리커창 총리와도 회동을 가졌다. 회동 현장에는 한정 중국 부총리 겸 홍콩 사무 총괄, 장 샤오밍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 왕지민 중국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사무국 국장 등 다수의 중국 공산당 고위 관계자가 배석했다.

리커창 총리는 “홍콩은 아직 교착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홍콩 특구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폭력 사태를 종식하고 법에 준거한 질서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는 ‘일국양제’ 원칙을 고수할 것이며, 캐리 람 장관 행정부의 홍콩 통치 역시 변함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은 홍콩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영국으로부터 세습한 홍콩 고유의 자유체제를 인정하겠다며 중국 공산당에 내놓은 약속과 정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 공산당이 이런 약속을 어기고 홍콩에서의 영향력을 증대할 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해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 시위 사태의 계기가 된 범죄인 인도법 또한 중국의 이러한 태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범죄인 인도법은 홍콩 내 범죄자를 본국으로 인도해 중국 공산당 통제 아래 재판을 받도록 하는 법안이었다.

회담 이후 람 장관은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진핑 주석이 홍콩 경찰을 향한 지지의 뜻을 밝혔으며, 홍콩 경찰의 법집행은 현재의 방식을 고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홍콩 기본법 23조’ 가결에 관한 압박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폭력 근절이 현재 홍콩의 최우선 목표”라며, 해당 법안에 관한 논의는 상황 호전 이후에나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발의됐던 국가보안법 홍콩 기본법 23조는 인권침해 가능성으로 인해 논란이 됐고 대규모 반대시위 사태의 원인이 됐다. 이후로도 일부 홍콩 내 친중파 정치인들이 법안 도입을 추진했으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한편 지난 11일 홍콩경찰 감시기구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의 외국인 패널들이 일거 사임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람 장관은 패널들의 의견을 존중해 줄 것을 당부했다.

홍콩 경찰 산하 IPCC는 지난 7월 경찰의 시위 과잉진압 여부 조사를 위해 홍콩 정부가 외국인 전문가들을 초빙해 창설한 조직이다. 그러나 11일 IPCC 소속 외국인 전문가 5인은 성명을 통해 IPCC가 6월부터 지속된 홍콩 경찰 관련민원 조사에 필요한 “권력과 역량, 독립적 수사 능력을 결여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IPCC의 과잉진압 보고서는 내년 초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