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규모 시위, 폭우 속 170만명 참가..평화롭게 마무리 “경찰 폭력 반대”

에바 푸
2019년 08월 19일 오후 6:31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후 12:03

홍콩 시민의 대규모 시위가 11주 연속되던 18일, 비가 내린 홍콩 거리가 우산으로 뒤덮였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는 이날 ‘검은 폭력과 경찰의 난동을 멈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홍콩인은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기 위해 쏟아지는 빗속에도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메웠다.

홍콩의 한 거리에서 행진하는 시위대. 2019. 8. 18. | Anthony Kwan/Getty Images

경찰이 집회 후 행진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를 무시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날 홍콩 대규모 집회를 주도했던 홍콩 시민사회 연대체 민간인권전선(CHRF)은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할 계획이었으나,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이를 불허해 시위대 일부가 이를 강행할 경우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주최 측도 이러한 우려를 고려해 평화 시위를 강조했다. 행진 도중 경찰과 시위자 간 충돌 없이 차분했고, 행사 내내 경찰이 눈에 띄지 않았다.

CHRF는 참여한 시위자를 170만 명으로 추산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빅토리아 공원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시위자는 완차이, 애드미럴티 등 다른 방향으로 행진했다고 덧붙였다.

CHRF는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홍콩인이었음을 현실이 입증했다”며 “경찰은 없어도 된다. 우린 평화롭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법 반대 집회. 2019. 8. 18. | Philip Fong/AFP/Getty Images

비폭력 메시지

지난주 일요일인 11일 경찰과 시위대간의 충돌에서 한 여성이 오른쪽 눈에 빈백탄(알갱이가 들어있는 주머니)을 맞아 부상 당하는 등 최근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과 국제앰네스티(AI)는 홍콩 경찰이 폐쇄된 지하철역 안에서 최루탄을 발사하고 근거리에서 군중 통제 장비를 쏘는 등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수법을 비난했다.

당일 오후 3시쯤 시위대는 공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시위대 행진은 경찰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정해진 루트가 없어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나갔다.

한 여성이 빈백탄에 쏴 부상당하게 한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반대하는 의미로 안대를 착용하고 홍콩 시위 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2019. 8. 18. | Manan Vatsyayana/AFP/Getty Images

“힘내자 홍콩시민!” “홍콩을 되찾자.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자 손에는 ‘무기한 보류’된 송환법의 완전 철회 요구, 경찰의 무력 사용에 대한 독립적 조사, 체포된 모든 시위대의 무죄 주장 등 그들의 요구를 보여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6월 이후 경찰은 740여 명을 체포하고 1000여 개의 최루탄을 발사했다.

많은 부모는 차세대가 지금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를 바란다면서 자녀를 행진에 데려왔다.

12살 램은 “나는 어른이 되면 (잘못된) 말을 한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싶지는 않다…두렵긴 하지만, 나 역시 홍콩 시민이기 때문에 시위에 나왔다”며  에포크 타임즈 홍콩 지국 인터뷰에 응했다. 많은 홍콩인은 송환법이 통과되면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을 처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의회 헬레나 웡(60.여) 의원은 시위자의 요구에 홍콩 정부가 대응해야 한다며 “우리는 민주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홍콩을 위한 전투에서 우리의 시간과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우산 혁명 주역들이 창당한 데모시스토(香港眾志)의 이삭 쳉 카 롱 부위원장은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더욱 진전시키기 위해 대규모 학생 파업을 조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와 비정상적인 정부 아래서 정상적으로 학업에 복귀할 방법은 없다”며 2만여 명의 학생이 파업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 여성이 빈백탄에 쏴 부상당하게 한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반대하는 의미로 안대를 착용하고 홍콩 시위 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2019. 8. 18. | Manan Vatsyayana/AFP/Getty Images

많은 의학 전문가도 시위 행렬에 참가했다. 이들은 시위대의 요구에 ‘눈 가리는(외면하는)’ 정부와 경찰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다친 여성 의료진에게 공감과 응원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콩 시민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 사회에 대해 정말 관심을 갖고, 모든 시민을 돌보겠다. 우리는 이 가장 어두운 시간에 여러분을 기꺼이 안내할 것이다.”

사회민주당 지역 정당 연맹(社民連線) 에이버리 응 대표는 “이것은 우리 자신의 자유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문제”라며 더 많은 시민이 시위에 참여하고 정부의 대응에 맞서 달라고 촉구했다.

3시에 행진을 시작한 시위대는 저녁이 돼도 아직 빅토리아 공원을 빠져나가지 못한 시민이 많았다.

시위대가 홍콩 코즈웨이 만 지역에서 논란의 송환 법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 8. 18. | Billy H.C. Kwok/Getty Images

또한 대학생 중심의 수천 명이 애드미럴티 정부 본부 인근에 모여 건물에 레이저를 쏘았다. 레이저 펜을 ‘공격무기’라며 대학생을 체포한 경찰의 행위를 조롱하는 의미로 보였다. 그 학생은 그 후 석방됐다.

경찰은 오후 10시 30분쯤 시위대에게 이 지역을 청소하라고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찰과 충돌을 피하고자 많은 사람이 “집에 갑시다”라고 외쳤고, 군중은 자정 무렵부터 점차 줄어들었다.

홍콩 정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참가자들의 행진이 평화롭기는 했지만 “교통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지역사회에 큰 불편을 줬다”고 밝혔다.

하루 전날 수천 명의 학생은 천둥번개를 무릅쓰고 어린 시위자를 지지하는 학교 교사 집회에 참가했다.

런던 중심가에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StandwithHK과 D4HK이 조직한 집회가 있었다. 2019. 8. 17. | Isabel Infantes/AFP/Getty Images

세계의 반응

주말 동안 밴쿠버, 토론토, 런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멜버른, 시드니, 쾰른 등 전 세계 도시에서도 연대 집회가 열렸다.

캐나다와 유럽연합(EU)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홍콩 행정부가 자제력을 발휘해 시민들과 포괄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홍콩인이 자신들의 기본권을 위해 벌인 집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척 슈머(민주당∙뉴욕)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중국 공산당은 결과에 직면해야 한다…미국은 홍콩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인다”라고 썼다.

호주 시드니 벨모어 공원에 홍콩을 응원하는 시위대가 모여들고 있다. 2019. 8. 18. | Brook Mitchell/Getty Images

CHRF는 8월 31일에 열릴 대규모 시위 계획을 밝히며, 페이스북에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막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면, 경찰은 이 행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기사 작성에 에포크타임스 홍콩지국의 도움이 있었음을 밝혀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