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과학자의 폭로 “중국 공산당과 WHO, 코로나바이러스 심각성 알면서 은폐”

한동훈
2020년 07월 11일 오후 9:09 업데이트: 2020년 07월 14일 오후 12:16

“제가 홀로 미국에 온 것은 코비드-19(COVID-19)의 진실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감시 카메라와 미행자를 따돌리는 등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홍콩을 탈출한 여성 과학자 옌리멍(閻麗夢)이 최초로 카메라 앞에 섰다.

지난 10일(현지시각) 홍콩대 면역학 박사 옌리멍은 미국 폭스뉴스에 “중국 정부는 사스와 비슷한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소식을 발표하기 전부터 바이러스의 출현과 그 심각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만약 중국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실종되거나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옌리멍 박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중공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파 사례는 2019년 12월 말에 이미 보고돼 심각성을 일찍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 그리고 WHO 참고 실험실이 수 주일간 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전했다. 그녀는 “2020년 초에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시작했을 때 세상에 알릴 의무가 있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옌 박사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홍콩대 WHO 참고 실험실 주임 레오 푼(潘烈文) 박사의 요청으로 중국 대륙에서 퍼진 유사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연구했다. 그녀는 자신이 세계 최초로 우한 폐렴을 연구한 과학자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옌리멍 박사의 링크드인 프로필 | 화면캡처
옌리멍 박사가 홍콩대 연구진임을 표시하는 인터넷 페이지 | 화면캡처

옌리멍 박사는 당시 중국 정부가 홍콩을 포함한 해외 전문가들이 중국에 가서 직접 연구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그녀는 본토에 있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그러다 2019년 12월 31일, 옌 박사는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서 근무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사람 간 전염으로 판단되는, 집단 감염 사례를 확인하게 됐다. 당시 옌 박사는 동료 과학자들에게 이 특수한 바이러스에 대해 논의했지만, 동료들은 불쾌하다는 식으로 “뭐라 말은 할 수 없지만, 마스크는 꼭 써야 한다”며 말을 극도로 아꼈다고 했다. 또 책임자는 단지 고개를 끄덕이며, 연구를 계속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며칠이 지난 1월 9일, WHO가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내용은 놀랍게도 “중국 당국에 따르면 바이러스가 일부 환자에게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사람 간 전파는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옌 박사의 증언에 따르면 WHO가 해당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 간 바이러스 전파는 배로 늘었다고 한다.

옌리멍 박사는 “많은 환자들이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의사들도 두려워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특히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직원들은 매우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1월 16일, 옌 박사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다시 연구소 책임자에게 보고했지만, 돌아온 것은 “침묵하고 신중하라”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옌 박사는 “그가 전에 나에게 경고했듯이 중공의 ‘레드 라인’을 건들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그렇지 않으면 곤경에 처할 것이고, 우리 모두 사라진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옌 박사는 홍콩대학 WHO 참고 실험실 공동 주임 말릭 페이리스(Malik Peiris) 교수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페이리스 교수는 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폐렴 비상위원회의 고문이다(WHO 링크).

이와 관련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폭스 뉴스 측에 보낸 메일을 통해 “페이리스 교수는 줄곧 WHO의 전문가팀에서 일했지만, 그가 WHO의 직원이나 WHO를 대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옌리멍 박사는 진실을 폭로하는 대가로 자신의 안위와 일에 영향이 미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떠나기 전, 남편에게 미국에 함께 가자고 했지만, 거절과 동시에 질책을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옌 박사는 인류 전체의 생존 여부가 걸린 문제라는 판단하에 침묵할 수 없었다고 한다.

중화권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이 찾아낸 옌리멍 박사 이름이 수록된 란셋, 네이처 논문

옌 박사는 결국 4월 27일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받아 들었고, 이튿날 홍콩 캐세이퍼시픽 항공을 통해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세관을 통과한 옌 박사를 기다리고 있던 건 두 명의 경찰관이었다.

당시 옌 박사는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코비드-19의 진실을 말하려는 것이니, 나를 보호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중국 정부가 나를 죽일 것”이라고 호소했다고 했다. 곧이어 FBI가 현장에 도착했고, 몇 시간의 조사 끝에 옌 박사는 풀려났다.

현재 중국 정부는 칭다오(青島)에 있는 그녀의 본가를 수색했다고 한다. 옌 박사가 중국에 있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녀의 부모는 “네가 하려는 일이 무슨 일인지 알기나 하느냐”며 귀국을 간청했다고 한다. 옌 박사는 앞으로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 못할까 봐 두렵다고 전했다.

옌리멍 박사는 홍콩 공중보건학원 바이러스학과 면역학 전공의로 학계 내에서도 존경받는 의학 전문가다. 2015년에는 ‘쥐의 각막 알칼리 화상 모형에 나타나는 신생 혈관 형성에 대한 베타차단제 억제 효과 실험연구’를 발표했다.

올해에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몇몇 학술지에 중공 바이러스 관련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중 한 편이 5월 14일 네이처지에 발표한 ‘황금 햄스터에 있어서의 SARS-CoV-2의 병생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이었다. 6월 1에는 세계적인 의학전문지 란셋(The Lancet)에 또 다른 중공 바이러스 관련 연구 논문, ‘코비드-19의 경미하고 심각한 경우 바이러스 역학’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가 나간 후 홍콩대 사이트에서는 그녀의 프로필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심지어 홍콩 대학교 대변인은 옌 박사가 학교 직원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도 “옌리멍이 누구인지 모른다”며 “중국 정부는 전염병 발생 이래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을 해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