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정부, 반정부 시위곡 ‘글로리 투 홍콩’ 금지 추진… 國歌로 오해 소지 있어

최창근
2023년 06월 8일 오후 1:37 업데이트: 2024년 01월 6일 오후 7:31

홍콩 정부가 반정부 시위가(歌)로 널리 알려진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을 제재하기로 했다. 해당 곡은 그동안 ‘홍콩 국가(國歌)’로 오인되어 공식 행사장에서 연주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콩특별행정구 율정사(律政司‧법무부 해당)는 6월 6일, ‘선동하려는 의도를 갖거나 다른 이들에게 독립을 부추기려 하는 자가 ‘글로리 투 홍콩’을 연주하거나 동영상 등을 통해 재생산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요지의 신청을 홍콩고등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해당 금지명령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 홍콩 주권 반환된 이후 첫 금지곡이 된다.

율정사 법원에 신청한 금지명령은 ‘글로리 투 홍콩’ 곡이 홍콩 국가로 오인되게 만드는 상황이나, 홍콩이 독립 국가이며 고유의 국가(國歌)를 갖고 있다고 암시하는 방식으로 연주되는 것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리 투 홍콩’ 가사, 음률을 원곡과 실질적으로 유사하게 바꿔 쓰는 것 역시 금지한다.

홍콩 정부가 문제 제기한 ‘글로리 투 홍콩’은 2019년 8월,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작곡된 곡이다. 작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곡은 노래로서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사에는 시위대 대표 구호인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時代革命)’도 포함됐다.

2020년 6월, 홍콩보안법 제정 후 공공장소에서 ‘글로리 투 홍콩’을 부르거나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민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해당 곡은 실질적인 금지곡 목록에 올랐다. 이 속에서 홍콩 정부는 공식적으로 곡을 금지하려 나섰다.

영국 속령(屬領‧식민지)을 거쳐 1997년 7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홍콩특별행정구’는 공식적으로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 됐다. 독립 국가가 아닐뿐더러 별도 국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홍콩특별행정구의 공식 국가는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이다. 영국령 홍콩 시절 국가는 대영제국 국가인 ‘하느님, 국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King)’였다.

홍콩 율정사는 관련 성명에서 “‘글로리 투 홍콩’이 2019년부터 광범위하게 확산됐으며, 가사에 홍콩 독립 슬로건이 포함됐다고 앞서 법원이 판결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해당 노래가 실수로 홍콩 국가로 잘못 연주되는 일이 반복돼 국가(國歌)를 모욕하고 국가(중국)와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고 밝혔다.

율정사는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홍콩기본법(헌법 해당)’에 보장된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이번 금지명령 신청은 국가 안보 수호를 목적으로 한다.”고도 했다.

‘홍콩경제일보(香港經濟日報)’는 이와 관련해서 “폴 람(Paul Lam‧林定國) 율정사장(법무무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한 직후 법원에 ‘글로리 투 홍콩’ 금지령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정부가 ‘글로리 투 홍콩’ 공식 제재에 나선 이유 중에는 국제 대회에서 연이어 ‘홍콩 국가’로 오인되어 연주된 것도 포함된다. 논란은 2022년 11월, 한국 인천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한국-홍콩 결승전에서 ‘의용군 행진곡’ 대신 ‘글로리 투 홍콩’이 잘못 연주된 것에 기인한다.

사고는 아시아럭비연맹으로부터 홍콩 국가 연주 테이프를 전달받지 못한 대한럭비연맹 관계자가 인터넷에서 ‘홍콩 국가’를 검색하여 ‘글로리 투 홍콩’ 음원 파일을 내려받아 연주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홍콩 당국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유사 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유사 사건은 재발하고 있다.

유사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구글, 유튜브 등 알고리즘 기반 서비스에서 ‘홍콩 국가’ 키워드로 검색하면 ‘글로리 투 홍콩’이 우선 검색되기 때문이다. 홍콩 반정부 시위대가 해당 국가를 ‘홍콩의 국가’로 간주해 시위 때 불렀고, 와중에 ‘홍콩 국가’와 관련해 ‘글로리 투 홍콩’이 가장 많이 검색됐고 관련 게시물 역시 많이 올라왔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홍콩 정부는 구글 측에 “‘홍콩 국가’를 검색하면 반정부 시위 노래가 상단에 뜨는 결과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홍콩 정부에 “글로벌 정책 규정에 명시된 특정 이유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검색 결과를 제거하거나 개별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며 홍콩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홍콩 정부는 “구글에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공개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