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안전법 지지했던 HSBC·스탠다드 차타드 “美 제재 엄격 준수할 것”

한동훈
2020년 08월 11일 오후 1:46 업데이트: 2020년 08월 11일 오후 3:01

홍콩에 있는 외국계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명단에 오른 홍콩 관리들과 거래 관계를 확인하고 관련 리스크를 평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홍콩 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외국계 은행들이 제재명단에 오른 인물과의 거래 관계를 조사하고 있으며, 해당 인물과 관계된 사람들까지 포함해 거래 여부와 이로 인해 발생할 리스크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미국 재무부는 “홍콩의 자치를 훼손하고 홍콩 시민의 자유권을 억압한데 관여”한 홍콩 관리 11명(중국 본토 관료 3명 포함)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명단에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크리스 탕 경무처장, 테리사 청 율정사장(법무장관), 존 리 보안국장 등 홍콩판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 시행에 직접 책임이 있는 8명이 올랐다.

또한 샤바오룽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 뤄후이닝 중련판 주임 등 중국 공산당 관료 3명도 함께 등록됐다.

제재 대상자들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이들과 관련된 모든 금융 거래가 금지된다.

명단에 오른 홍콩과 중국 공산당 관리들은 반발했다.

람 장관과 뤄후이닝 주임은 지난 8일 각각 성명을 내고 제재를 “미국의 야만적 행태”, “어릿광대 짓”이라고 비난하고 “겁을 먹거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홍콩의 외국계 은행들은 미국의 제재를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 HSBC와 싱가포르 DBS 등은 제재에 협력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스탠다드 차타드와 HSBC 등 두 영국계 대형은행은 지난 4일 홍콩안전법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등은 제재 대상자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엄격하게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그룹은 제재 협력 성명에서 “제재를 위반하면 본 그룹의 명성, 사업 운영 및 향후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제재 요건을 ⓐ미국, 영국, 유럽연합, 유엔(UN) 중 하나 이상에 의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을 것 ⓑ ⓐ항에 해당하는 개인·단체가 50% 이상 지분 또는 법인 경영권 소유하는 경우 ⓒ 제재로 인해 본 은행 그룹에 리스크를 줄 수 있는 대상 등으로 규정했다.

HSBC은행과 DBS은행도 각각 비슷한 제재 요건을 밝혔다.

특히 DBS은행은 성명에서 “은행의 운영 리스크 범위를 초과하는 거래를 방지 또는 거부하기 위해, 제재에 해당하는 거래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은행이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홍콩에서 자금세탁 방지 전문가로 활동하는 변호가 닉 터너는 “미국의 제재가 미국 이외의 법인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해외 법인이 제재 대상자와 거래하거나 미국 직원 혹은 미국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면 제재 위반”이라며 홍콩의 외국계 은행들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