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안전법 이후 외국계 투자은행 ‘탈 홍콩’…중국계 투자은행은 반사이익

이은주
2020년 08월 24일 오후 3:01 업데이트: 2020년 08월 25일 오전 8:18

홍콩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 통과 이후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이 홍콩을 떠나면서 중국 투자은행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은 본래 중국기업이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부채, 주식 자금 등을 조달하는 곳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은 수년간 홍콩 시장을 지배해 왔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중공)이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홍콩안전법을 강행하면서 해외 은행들의 ‘탈 홍콩’ 행렬이 줄을 잇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계 HSBC 등 일부 은행은 홍콩안전법을 지지하고 있지만, 여타 은행들은 최근 정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바트 최고경영자(CEO)는 올 2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분석가들에게 “지방법규를 준수할 것”이라며 “우리 회사는 복잡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데 익숙하다”고 했다.

하지만 홍콩안전법으로 인해 외국계 은행이 직면한 도전은 외국 기업에 대한 불신 증가, 중국발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1년간 지속된 시위와 경찰의 폭력 등 여러 산재한 어려움 중 하나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 본토 은행과 증권회사에 고용된 금융 전문가들의 수는 2100명을 상회했다.

이는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JP 모건 체이스 등 주요 월가 은행들의 직원 수인 2500여명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울러 지난 7년간 외국계 은행 간부의 수는 300명 가량 감소한 반면, 중국계 은행은 1100명 이상이 증가했다. 여기에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의 면허를 받은 은행 간부, 거래자, 금융 전문가 등이 포함됐다.

그 한 사례가 독일의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도이치방크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CEO였던 베르너 슈타인뮬러의 은퇴다.

그는 지난 7월 은퇴를 결정하고 해당 직무를 알렉산더 폰 추어 뮐렌에게 넘겨줬다. 후임을 맡은 뮐렌은 집무실을 본래 거점이었던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의 한 은행간부는 에포크타임스에 “월가의 일부 고위 임원은 이미 홍콩을 떠났거나 몇 달 전에 은퇴를 발표했다”며 “이는 인사 및 채용 담당자들에 의해 입증된 분위기”라고 했다.

글로벌 전문가 채용 컨설팅 기업 로버트 월터스의 채용 담당자인 존 멀리는 FT와 인터뷰에서 “시위, 홍콩안전법, 전염병 대유행, 무역전쟁 등 모든 것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외국기업의 탈홍콩 상황을 설명했다.

투자자들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중국 최대 규모 증권회사인 중신(中信)증권은 홍콩안전법이 최종 통과된 지난 6월 30일 이후 주가는 31%나 급등했다. 앞서 중신증권의 주가는 올해 1월 1일에서 지난 6월 30일까지 5% 하락했다.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현재 미중간 경제전쟁이 이런 추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중국 기업들의 상장폐지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들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언스트영(EY)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올 상반기 총 59개 기업이 상장해 110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로 인해 홍콩거래소는 나스닥(NASDAQ),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이어 세계 3번째로 큰 증권거래소가 됐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게임 기업인 넷이즈(网易)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징동닷컴(JD닷컴)은 홍콩에서 올 2분기 6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징동닷컴은 지난 6월 홍콩 주식시장 상장으로 38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넷이즈도 지난 6월 27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징동닷컴과 넷이즈 모두 미국 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된 기업이다. 하지만 미 정부가 중국 기업들이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미 증시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초강수를 띄우자 홍콩에서 이중상장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홍콩 증시의 2차 상장 물결이 일시적 호재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홍콩 민주화 시위대는 중공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중국기업이 홍콩에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