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17일 대구 퀴어축제에 “시민에 혐오감…안 했으면”

한동훈
2023년 06월 9일 오후 6:26 업데이트: 2023년 06월 9일 오후 7:11

상인회, 학부모·기독교 단체는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정의당은 비난성명 내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홍준표 대구시장이 오는 17일 대구 동성로 인근에서 예정된 퀴어축제를 두고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축제는 안 했으면 한다”고 반대했다.

홍 시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 동성로 퀴어축제행사를 반대하는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의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지한다”며 “대구의 상징인 동성로 상권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문화를 심어 줄 수 있는 퀴어축제를 나도 반대한다”고 썼다.

이어 “성소수자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성다수자의 권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퀴어축제는 안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퀴어축제는 퍼레이드 형식으로 진행된다. 여성동성애자, 남성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와 그 외(LGBTQ+)를 상징하는 깃발과 장식물, 옷차림을 하고 거리를 행진하는 행사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인천, 대구, 광구, 전주, 춘천, 경남(창원시), 제주에서 개최되고 있다.

대구 동성로 퀴어축제는 2009년 시작해 올해 제15회째다. 17일 거리 퍼레이드 외에도 지난 2일 동성부부 강연, 24~25일 제10회 대구 퀴어영화제 등이 마련됐다.

대구지역 시민단체 43곳이 연합한 행사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축제 일정과 추진 계획을 밝혔다.

조직위가 내세운 올해 슬로건은 ‘우리는 이미’다. ‘퀴어’들이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작년 슬로건은 ‘퀴어가 대세다’였다. 조직위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양한 매체에서 동성애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매년 야외 행사를 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역시 사회에 ‘우리를 받아들이라’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사회적 소수자 존중”, “혐오와 차별이 범람하는 시대”란 표현도 나왔다. 퀴어행사에 대한 반대를 이유와 관련 없이 성소수자 혐오·차별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행사가 벌어지는 지역 인근 일부 상인들은 집회의 자유에는 찬성하지만, 해당 행사가 상권을 마비시켜 피해를 준다는 입장이다.

동성로상인회 등은 지난달 18일 행사 조직위를 국유재산법 및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유재산인 도로를 무단 점유하고 커피, 빵 등을 판매하는 불법 상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구경북다음세대지키기학부모연대 등도 대구지법에 같은 이유로 퀴어축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 단체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노출을 하는지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시장이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행사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지 않는 한 예정대로 열리게 된다. 조직위가 행사 장소로 신고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일반도로이므로 집회·시위 개최에 대구시 허가가 필요 없으며 경찰에 집회신고만 하면 된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홍 시장의 반대의사 표명과 관련해 9일 성명을 내고 “‘성소수자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성다수자의 권익도 중요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가져와 축제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명은 “소수자에 대한 권익보호는 다수자의 불편이라는 결과로 나타나지만, 다수자의 권익보호를 주장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며 홍 시장의 주장이 다수자의 권익보호와 일정 부분 연결됐음은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홍 시장의 말은 시민의 권익을 보장해야 하는 직무를 내팽겨치는 것이며, 시민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라고 지적하며 홍 시장의 이번 발언이 소수 시민의 권익보호에 있어서는 미흡하다는 점을 강조했다(정의당 대구시당 성명).

한편, 서울에서는 7월1일로 계획됐던 ‘서울 퀴어퍼레이드’와 6월1일 열릴 예정이었던 ‘성공회대 미니퀴어퍼레이드’가 각각 좌절됐다.

‘서울 퀴어퍼레이드 ‘ 주최 측은 이 행사를 서울광장에서 진행하려 했으나 서울시에 의해 불허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초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열고 심의 끝에 조직위가 제출한 서울광장 사용 신청(6월30일~7월1일)을 수리하지 않기로 했다.

광장운영시민위는 대신 같은 날 동시에 접수된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 측에 사용을 허용했다. 이는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에서 사용일이 중복될 경우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 등을 우선 수리한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퀴어축제 조직위는 이 결정이 조례에 따른 적법한 절차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서울시의 개입과 혐오세력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며 오는 7월1일 축제 강행 의사를 밝혔다. 다만, 다른 장소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회대 미니퀴어퍼레이드’는 학내 반발 끝에 6월 20일로 미뤄졌다. 이 행사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서울광장 사용 불허에 항의하고, 학내 LGBTQ+ 의 존재감을 ‘가시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최 측은 당초 6월1일 예정된 이 행사를 개최하려 서명운동을 벌였으나, 학교 구성원 다수의 동의 없이 행사를 추진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어났다. 이 행사에 반대하는 내용의 교내 대자보에는 다수의 외부인이 교내에 진입해 학우들에게 피해를 주고 수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