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치매 아내 걱정돼 집에 CCTV 달아놓고 물건 파는 지하철 잡상인 할아버지

황효정
2019년 10월 17일 오전 11:22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05

아픈 아내를 혼자 두고 집을 나선 할아버지는 지하철로 출근하며 휴대전화 CCTV 화면을 켰다.

최근 개인 유튜버 진용진은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지하철 잡상인을 따라다녀 봤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이날 진용진은 “어디서 물건을 가져오시는 건지, 또 돈은 얼마나 버시는 건지 자세하게 알 수가 없다. 왜냐면 직업 특성상 불법이니까”라며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판매상을 만나서 인터뷰해봤다”고 영상을 소개했다.

판매상한테 허락을 구하고 촬영한 영상에서 진용진은 자신을 일흔 먹은 노인이라고 소개한 지하철 판매상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튜브 ‘진용진’

“들리는 소문대로 정말 조폭이 관리하냐”는 진용진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그런 게 아니고, 물건은 납품받는 사무실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실에서 물건을 납품받아 팔고 나면 입금을 통해 임금을 받는 방식이라는 설명. 이 직업 또한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할아버지는 “이것도 자리가 있으면 들어가는 것”이라며 “구역이 있다. OO역에서 XX역까지, 이런 식”이라고 덧붙였다.

회비도 내야 한다. 한 달에 만원씩 회장과 총무 등에게 지불해야 한다.

유튜브 ‘진용진’

적으면 60대에서 많으면 80대까지, 대부분 연령이 높은 지하철 판매상의 평균 수입은 그렇다면 얼마 정도일까. 평균 70만원 정도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100만원도 안 되는 때도 있고 그렇다”라며 “단속 심하면 못 나오고, 비 오는 날 되면 못 나오고, 손님들이 신고를 많이 한다. 단속에 걸려서 벌금을 낸 적도 몇 번 있다”고 전했다.

불법인 데다가 수입까지 적은데 왜 하시는 걸까. 진용진은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지하철 택배나 경비원 같은 일은 못 하시는 건지 질문했다.

그러자 지하철 판매상 할아버지는 “지하철 택배는 저도 한 번 해봤다”며 “하루에 잘 걸리면 세 건, 한 건 하고 집에 들어갈 때도 있다. 그것도 아침 7시부터 밤 7시까지 12시간을 갔다가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하고, 핸드폰으로 빨리 클릭해야 한다”고 답했다.

“청년들도 일자리가 없는데 노인들이 일자리가 있겠어요? 없지, 당연히…”

유튜브 ‘진용진’

대답인즉슨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이유로 지하철 판매상을 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

불법이고, 지하철을 탄 승객들에게 분명 피해를 주는 일이다.

할아버지는 이같은 일을 하지 않고 살기 위해 한평생 열심히 노력했다. 자식들을 키우며 계속 식당일을 했다. 음식에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렇게 키운 자식들은 독립해서 떠난 뒤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인생이 그렇듯, 식당도 계속 잘되지는 않았다.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일어서려 했으나 일자리는 없었다.

유튜브 ‘진용진’

할아버지는 “자식과는 지금 소식 끊긴 지가 한 10년 됐고, 집사람은 아파가지고 몸져누워 있다”고 고백했다.

할아버지는 그러면서 집에 설치해둔 CCTV 화면을 보여주었다. 중풍에 뇌졸중, 치매까지 겹쳐 혼자 누워있는 할머니의 상태를 일하면서 살피기 위해서 설치해둔 CCTV였다.

할아버지는 “우리 집사람이라니까. 혼자 이렇게 누워 있잖아요. 제가 이제 살펴야 하니까 보는 거지”라며 휴대폰 화면을 어루만졌다.

진용진은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하다고 5만원을 드렸는데, 그 5만원에 큰돈이라고 너무 놀라시더라”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저는 불법 판매상 하는 어르신들의 물건을 우리가 구입해줘봤자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근본적인 건 노인 일자리 창출인 것 같다. 그래야지 지하철에서 이런 분들이 없을 것 같다”고 영상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