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 틱톡·위챗 보안조사 착수…“국가안보 위협 우려”

한동훈
2022년 09월 9일 오후 10:48 업데이트: 2022년 09월 9일 오후 10:48

호주 정부가 중국 동영상 공유앱 ‘틱톡’과 메신저 ‘위챗’에 관한 보안 조사에 착수했다.

클레어 오닐 호주 내무장관 겸 사이버보안부 장관은 최근 틱톡과 위챗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 여부를 조사하라고 사이버보안 당국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오닐 장관은 호주 ABC 방송에 출연해 “권위주의적인 국가에 본사를 둔 IT기업의 앱이 민간 부문을 포함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난 6월 미국의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틱톡 내부 회의 녹음파일을 입수해, “중국에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며 중국에 있는 엔지니어들이 미국 이용자들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열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 이후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에서는 틱톡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 재점화됐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렌던 카 위원은 애플과 구글에 서한을 보내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고, 몇몇 상원의원도 연방거래위원회에 틱톡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7월에는 뉴질랜드의 트레버 말라드 국회의장이 의원들에게 틱톡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개인정보와 민감한 내용들을 중국이 들여다볼 수 있다고 사용 금지를 권고했다.

영국 의원들은 8월 초 자국 의회가 개설한 틱톡 공식 계정 폐쇄를 요구했다. 의원들은 2017년 시행된 중국 ‘국가정보법’에 따라 중국의 모든 민간기업은 중국 정부의 정보수집에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의원들은 영국 정부의 중요한 정보들이 틱톡을 통해 중국 당국에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고, 의회는 이를 받아들여 개설 6일 만에 틱톡 계정을 폐쇄했다.

보안 전문가들도 잇따라 틱톡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호주와 미국에 기반을 둔 사이버 보안업체 ‘인터넷 2.0’은 지난 7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틱톡과 위챗을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가 중국 공산당과 정보당국에 넘어가 사이버 해킹에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틱톡은 앱 실행에 필요 없는 권한과 데이터까지 이용자에게 요청하고 있으며, 이용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권한 허용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 펠릭스 크라우스는 8월 보고서를 발표해, 틱톡이 앱 내부 웹브라우저를 통해 사용자가 입력하는 모든 키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밝혔다.

틱톡을 사용할 때 외부 링크를 클릭하면 별도의 창이 열리는데, 이때 입력하는 모든 키를 포함해 이용자의 활동을 틱톡이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의 오닐 장관은 이러한 보안 위협에 관해 “세계 어떤 나라도 대처법을 찾지 못한 새로운 문제”라고 규정하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의 시장조사업체 위아소셜(We Are Social)에 따르면 호주의 틱톡 사용자는 738만 명으로 호주 인구(2570만명)의 약 30%에 이른다.

클레어 오닐 호주 내무장관. 2022.9.1 | Martin Ollman/Getty Images

호주에서는 지난 7월 자유당 소속 제임스 패터슨 상원의원이 틱톡에 “사용자 데이터 보안 문제에 관해 해명하라”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틱톡이 중국 본토에서 근무하는 소수의 엔지니어들이 호주의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고 시인하면서, 호주 내에서는 틱톡으로 인한 안보 위협 우려가 고조됐다.

패터슨 의원은 틱톡에 대해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닐 장관이 내무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틱톡 사용금지를 보류한 결정과 관련해 “정부는 즉각적인 사용금지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패터슨 의원은 틱톡 등 중국산 앱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사이버 안보 저해를 정부 규제로 일부분 감소시킬 수 있지만, 엄격한 조치가 아예 위험성을 차단하는 것이 더욱 나은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틱톡을 포함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앱에 대해 사용자 데이터를 호주 내에 보존하도록 의무화하고, 이 데이터에 독재정권이 통치하는 중국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등 이번 기회에 데이터 보안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호주는 2020년에도 틱톡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리스크를 조사했다.

당시 자유당 및 보수연립 정권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외세에 의한 간섭이나 개인정보의 유출 등의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2018년 호주는 중국을 겨냥해 외국의 스파이 활동과 내정 간섭 저지를 목적으로 한 법안 ‘외국 간섭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모리슨 당시 총리는 “이러한 간섭에 대처하기 위한 다음 단계의 작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이후 보수당이 총선에 패배하면서 노동당 정권이 들어섰지만, 공산주의 중국의 침투를 경계하는 호주 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