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싱크탱크 “정부, 독립적 중국어 신문 지원해야…중국공산당 침투 대응”

한동훈
2020년 06월 14일 오후 3:25 업데이트: 2020년 06월 14일 오후 4:24

호주 내 중국계 이민자들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독립적인 현지 중국어 매체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지난 9일 발표한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시스템 분석’ 보고서에서 호주 내 통일전선 조직의 활동과 그로 인한 피해를 진단하고 그 대책으로 이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통일전선 전술은 ‘큰 적을 이기기 위해 작은 적과 손잡자’는 전술이다. 상대국의 내부에 같은 편을 만드는 식이다. ‘내부의 같은 편’은 정치인·자본가·노동자 외에 중국계 이민자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호주 내 중국어 미디어, 특히 엄청난 사용인구를 가진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微信·WeChat)을 통해 중국계 이민자를 세뇌 수준으로 통제한다.

지난해 말 기준, 위챗 사용인구는 11억5천만명이다. 위챗은 단순한 메신저 서비스가 아니라 각종 요금납부, 사진·동영상 공유, 쇼핑, 게임, 구인구직까지 해결하는 창구다.

중국계 이민자들은 해외에서도 위챗에 의존한다. 언어장벽, 별도의 네트워크를 선호하는 폐쇄적 성향 등이 이유다. 중국계 이민자 커뮤니티 역시 위챗 기반으로 구축됐다.

이 때문에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는 세계 각국 중국계 이민자들을 상대로 한 대량의 선전 자원을 확보해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호주의 퍼시픽 미디어 그룹(大洋傳媒), 미국의 교보(橋報) 등 9개 언론사가 통일선전부의 관할을 받는다.

9개사는 자회사를 통해 영미권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5개국(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과 유럽연합, 러시아, 일본, 브라질에서 최소 26개의 위챗 계정을 운영하며, 이들 계정은 다시 수십만 팔로워를 거느린다.

이를 통해 공유되는 뉴스와 정보, 정치적 견해는 현지 중국계 커뮤니티의 여론을 주도하고, 필요에 따라 여론을 선동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든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 보고서는 통일선전부가 중국계 커뮤니티를 중국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단일한 ‘애국주의’ 집단으로 만들기 위해 커뮤니티의 다양성을 억제해왔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내에 조직원을 침투 시켜 중국공산당과 다른 견해를 지닌 구성원을 배척하거나, 특정 게시물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고 삭제하는 등의 공작활동이다.

그 결과 커뮤니티는 원래 지니고 있던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지고 강경한 민족주의, 애국주의만 남게 된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중국인들의 독립적인 정치참여 능력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중국계 이민자들은 단순히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자신도 모르게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 조직과 연계될 수 있다.

호주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지역구 구성원인 중국계 커뮤니티와 연대할 경우에도 통일전선 조직과 연계를 피하기 어렵다.

2019년 호주 총선에서는 한 선거구에 출마한 우파와 좌파 양대 정당 후보들이 모두 통일전선 조직과 연루됐음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한 후보는 통일전선 조직 소속이었고 다른 후보는 통일전선 조직의 지원을 받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2019년 뉴사우스웨일스주 노동당 대표 선거는 출마 후보 2명이 선거기간 참석한 몇몇 행사의 주최 단체가 통일전선 조직과 관련돼 있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침투를 바로잡고 차단하기 위해 통일전선 시스템과 관련된 인물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침투공작에 연루된 외교관과 외국인을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부-시민사회-중국계 커뮤니티가 공동으로 협력하고, 중국공산당과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중국어 언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중국어 언론에 보조금 지원, 정부기관 광고 게재가 필요하며 홍콩·대만의 독립언론 기사 전재를 위한 자금 지원도 제안했다.

아울러 중국계 학생이 언론학과에 지원할 경우 학자금을 지원해 “위챗의 검열을 받지 않고 중국어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호주 내 독립적인 중국어 언론은 톈안먼 타임스와 함께 에포크타임스가 꼽힌다.

지난 2018년 호주의 중국계 작가 치자전(齊家貞)은 미국의 소리와 인터뷰에서 “톈안먼 사태를 추모하는 광고 게재를 현지 중국어 신문사 14곳에 문의했지만 에포크타임스와 톈안먼 타임스 외에는 모두 거부했다”며 “거부한 신문사에서는 해당 광고를 실으면 중국 대사관에서 주는 광고가 끊긴다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