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스 유료화 법안 통과…유럽·캐나다는 밴치 마킹

한동훈
2021년 02월 26일 오전 11:20 업데이트: 2023년 06월 16일 오후 3:08

호주에서 포털·SNS의 뉴스 콘텐츠 사용을 유료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유럽과 캐나다 등지에서도 비슷한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사회가 ‘빅테크의 제한 없는 권력’에 따르는 위험성에 경각심을 높여가고 있다.

25일(현지시각) 호주 통신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뉴스 유료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뉴스 유료화’ 법안은 구글, 페이스북 등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뉴스를 노출시킬 경우, 콘텐츠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호주와 거대 IT기업(빅테크·Big tech) 간 싸움도 한 단락을 마무리 짓게 됐다. 물론 호주와 페이스북 간의 다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스 유료화는 호주만의 화두가 아니다. 유럽, 미국, 캐나다에서도 뉴스 유료화 바람이 불고 있다. 본질은 빅테크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법적 안전장치를 어떻게 도입하느냐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빅테크의 독점에 반대하는 강력한 연합의 형성”으로 보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메건 볼러(Megan Boler) 토론토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호주 뉴스 차단을 전환점으로 꼽으며 소셜 미디어를 감시하는 데 국제사회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이 같은 독점에 반대하는 매우 강력한 연합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페이스북은 호주의 뉴스 유료화 법안 추진에 맞서 호주에서 뉴스 콘텐츠를 차단했다가 호주 정부와의 협상 타결로 서비스를 재개했다.

그 전까지 호주 이용자들은 자국과 해외 뉴스를, 해외 이용자들은 호주 언론사 뉴스를 페이스북에서 볼 수 없었다.

호주가 총대를 메고 앞장서자 유럽연합(EU)도 따라나섰다.

다수 언론은 지난 22일 EU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호주의 뉴스 유료화법과 비슷한 법안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EU 역시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뉴스 콘텐츠에 대해 이용료 지불을 의무화해 언론 매체들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비용을 받을 수 있도록 강제적인 중재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호주의 뉴스 유료화법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용료에 관해 언론사와 합의해야 한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재 기구가 이용료를 책정한다.

유럽뉴스미디어(NME)의 페르난도 데 야르자 대표은 호주의 사례를 언급하며 “수문장 역할을 하는 빅테크와 언론사 사이의 가격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야르자 대표는 “이런 불균형이 유럽 언론의 잠재력을 훼손했다. 우리는 MS와 다른 회사들과 협력해 건강하고 다양한 인터넷 뉴스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도 호주의 뒤를 이어 구글·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한 뉴스 유료화 법안 입법을 예고했다. 캐나다는 호주와 유럽의 법안을 검토해 자국 상황에 가장 적합한 법안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은 정부보다 언론이 더 적극적이다. 미국 뉴스미디어연합(NMA)의 데이비드 차번 대표는 호주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뉴스 유료화에 있어서) 호주가 진정한 리더 역할을 하면서 미국과 유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 의회도 신문, 출판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움직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 유료화에 저항하는 페이스북, 구글과 달리 MS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이슈를 통해 페이스북과 구글의 시장 점유율에 도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 호주 뉴스를 차단하기 전, 구글이 호주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며 호주 정부를 위협하자 MS는 자사 검색엔진 ‘빙'(Bing)으로 구글을 대체할 준비가 돼 있다며 힘 빼기를 시도했다.

구글은 호주의 뉴스 유료화법 도입 이전부터 다수 호주 언론사와 사용료 계약을 맺고 있었으나 구글 플랫폼(뉴스 쇼케이스) 방식에 따른 계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