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내무장관 “앞으로 외세 간섭 공개”…전 총리는 중국 지목

한동훈
2023년 02월 23일 오전 8:40 업데이트: 2023년 02월 23일 오전 11:50

호주 정부가 자국 문제에 개입하려는 외부 세력에 대해 해당 국가의 국가명을 대외적으로 공개해 망신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 2018년 8월까지 총리로 재직했던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는 재임 기간 외세의 개입을 막기 위해 제정한 법률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클레어 오닐 호주 내무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호주국립대학 강연에서 “외국 정부의 호주인 감시 및 추적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닐 장관은 지난해 말 호주안보첩보기구(ASIO)가 호주 영토 내에서 호주인을 감시하고 그 가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인물들을 상대로 작전을 수행해, 감시 활동을 신속하게 차단한 사례를 거론하며 “외국 세력의 간섭에 따른 위협이 심각하고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둠 속에서 작전을 펼치는 외국 정부를 향해 우리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닐 장관은 최근 호주인들을 감시한 외국 세력으로 이란 정부의 사례를 들었지만, 호주에 가장 크게 개입하는 국가로는 중국이 꼽힌다.

턴불 전 총리는 21일 의회 청문회에서 재임 중 도입한 외국 세력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법과 관련해 중국의 활동을 폭로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말컴 턴불 전 호주 총리는 21일 의회에 출석해 중국 공산당이 호주에서 노골적으로 영향력 확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8월 촬영된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턴불 전 총리는 의회 정보·보안 합동위원회에서 2018년 제정된 ‘해외 영향력 투명성 법’에 대해 “투명성 대상 명단에 중국이 올라 있지는 않았지만, 호주 안보기관에서는 중국이 노골적으로 영향력 확대 작전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법에 따르면, 외국 정부를 대신해 호주에서 정치·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그 활동 내역을 호주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턴불 전 총리는 “그 법은 중국공산당 중앙 통일전선 공작부가 호주 내에서 구축한 연결고리를 드러내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며 “통일전선 공작부가 호주에 조직을 두고 있지 않다면, 중국에 있는 책임자는 이미 끔찍한 처분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호주의 정보·보안기관은 그들의 활동에 대해 아주 잘 파악하고 있다”면서 “그들(중국 공산당)은 노골적으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는 지난 2018년 해외 영향력 투명성 법을 제정하면서 대상국가 명단에 중국을 명시하진 않았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턴불 전 총리는 “이후 중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됐다”며 긴장 고조를 피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시도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호주는 현재 중국과 사상 최고조의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다. 호주의 코로나19 기원 조사 요구, 중국의 무역 보복, 중국 공산당이 호주 선거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다 들통난 사건 등 여러 가지 사건들이 중첩된 결과다.

현재 호주 의회 정보·보안 합동위원회는 외국 세력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해외 영향력 투명성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 조항을 일부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