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일본…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확산 조짐

김윤호
2021년 12월 8일 오전 10:44 업데이트: 2022년 05월 31일 오후 1:45

미국이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가운데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동맹국들이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6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외교·공무 대표들은 신장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인권 유린과 잔혹한 행위를 직면해, 이번 대회를 평상시와 다름없이 대할 수는 없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공식 선언에 대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스포츠의 정치화를 그만두라”며 “잘못된 조치에는 대가가 따른다”며 보복 조치를 위협했다.

그러나 이날 뉴질랜드는 장관급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이미 결정했다며 그 이유로 코로나19 확산을 들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그랜트 로버트슨 뉴질랜드 부총리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지난달 20일 이같은 입장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답변했다.

로버트슨 부총리는 미국의 보이콧 선언 이전에 결정된 사안임을 밝혔지만, 뉴질랜드가 호주와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정보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일원이라는 점과 맞물려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조치로 이해되고 있다.

다음날인 8일에는 호주 스콧 모리스 총리가 기자들과 만나 베이징 올림픽에 선수단은 보내지만 정부 사절단은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작심한 듯 중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탄압, 호주에 대한 무역 보복 등 문제에 대해 호주 측에 응답하려 시도한 적이 없다며 이번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호주는 장기간 중국과 밀접한 경제 교역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2019년 ‘닉 자오 사건’ 등 중국이 호주 선거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중국과 관계에서 경제보다 외교·안보를 중시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닉 자오 사건’은 지난 2018년 중국 측 요원들로부터 자금을 지원해줄테니 의원 선거에 출마하라는 압력을 받은 중국계 사업가인 자오가 이를 거부했다가 이듬해 3월 멜버른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자오는 중국 측 제안을 호주안보정보원(ASIO)에 신고했다. 이 사건으로 호주 정계에서는 중국의 침투에 대한 경각심이 강하게 고조됐다.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발원지 논란도 호주를 중국과 거리두기 하게 만든 이슈다. 지난해 호주가 바이러스 발원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은 호주산 석탄과 바닷가재, 와인 등의 수입을 막아 보복했다.

그러나 중국은 석탄 공급난으로 전력대란에 빠진 반면 호주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사상 최대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호주가 중국의 경제적 위협에 맞서 국가안보를 더욱 중시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도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발맞춰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신장 위구르족 인권탄압을 근거로 베이징 올림픽에 각료가 아닌 스포츠청 장관이나 일본 올림픽위원회 회장을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밖에 오는 9~10일 미국 주도로 한국, 대만 등 100여 개국이 참가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전후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미국의 동맹국을 중심으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6일 사키 대변인은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며 동참 여부는 동맹국 판단에 맡긴다고 밝혔지만, 같은 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외교통상부 격) 대변인은 “다른 국가들의 (보이콧 선언) 소식이 더 들려오리라 기대한다”며 동맹국의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