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친구 맺은 후 겁도 없이 까불며 기어오르던 염소의 최후

김연진
2019년 11월 11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52

지금부터 ‘아무르’와 ‘티무르’의 아름답고도 잔혹한 우정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지난 2015년, 러시아 연해주 ‘사파리 공원’ 동물원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동물원 측은 3살 된 호랑이 ‘아무르’에게 점심 먹이로 염소 한 마리를 던져줬다.

그런데 호랑이 우리에 들어간 이 염소는 겁을 내기는커녕 강하게 저항했고, 심지어 호랑이를 먼저 공격하기도 했다.

이를 본 호랑이 ‘아무르’는, 무슨 일인지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했다. 가차 없이 먹이를 잡아먹던 평소와는 다르게 이 염소를 친근하게 대했던 것이다.

연해주 ‘사파리 공원’

‘아무르’는 염소와 함께 우리 안을 산책하기도 했고, 물그릇을 양보하는 등 놀라운 행동을 보였다.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자 ‘기적 같은 우정’이라고 불렸고, 호랑이마저 굴복시킨 염소에게 ‘티무르’라는 이름까지 지어졌다. 이때부터 ‘아무르’와 ‘티무르’의 우정이 시작됐다.

동물원 측은 “‘티무르’가 보이지 않으면 ‘아무르’가 포효를 하며 녀석을 찾는 등 둘의 우정은 매우 각별하다”라며 “토끼 사냥법을 알려주거나 먹이를 나눠먹으면서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우정은 2개월 만에 파경에 이르게 됐다.

‘아무르’와 친해진 ‘티무르’는 자신의 친구가 맹수라는 사실을 금세 잊어버리고 겁도 없이 까불기 시작했다.

연해주 ‘사파리 공원’

심지어 호랑이인 ‘아무르’에게 도전하기도 하며 심기를 건드렸다. 발로 짓밟기도 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아무르’는 ‘티무르’를 붙잡아 언덕 위에서 내동댕이쳤다고.

이때부터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티무르’는 2016년 1월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비극은 약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익명의 동물원 관계자가 폭로하면서 뒤늦게 알려지게 됐다.

포식자와 먹이의 관계를 넘어선 호랑이와 염소의 기적 같은 우정은 이대로 끝이 났다. 동화는 동화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