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상 역대급 유적지 발견돼 난리 난 한국 역사학계

황효정
2020년 09월 27일 오후 12:46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42

한국 역사학계가 난리 났다. 터널 공사 현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삼국시대 유적지가 발굴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부터 국토교통부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석동과 성산구 천선동을 연결하는 제2안민터널을 건설하고 있다. 오는 2023년 3월 완공 예정으로, 8월 말 기준 절반가량 지어진 상태다.

이곳에서 모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의 유적과 유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이 발표한 ‘제2안민터널 건설부지 내 유적 정밀발굴조사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10일까지 삼국시대 무덤 881기, 그릇받침 등 토기류 2,622점, 칼과 칼자루 장식 등 금속기류 1,364점, 귀걸이와 목걸이 같은 장신구류 41점 등 유물 4,027점이 출토됐다.

물론 아직 발굴이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발굴 초기 단계인데 벌써 이만큼 나온 것. 또 아직 발굴하지 않은 약 2만㎡ 구역 또한 같은 삼국시대 생활유적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제공 = 국민의 힘 이달곤 의원

관련 학계는 “현재 진해라는 도시의 출발점이자 삼국시대 진해 지역 최고 중심지로서 당시 사회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문화재 발굴 전문기관인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조사구역의 유적은 낙동강 하류와 남해안 일대 가야 세력의 전성기였던 4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당시로서는 매우 큰 도시였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지리적으로는 양지바른 땅에 바다와 인접해 거제도가 눈앞에 보이고, 당시 경남 김해의 금관가야와 고성의 소가야 사이에 있었다. 바닷길을 이용한 중계무역 도시로 번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삼국시대 유적지가 될 이곳에서 문화재청과 국토교통부는 모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진 제공 =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국토교통부는 터널 공사를 밀어붙일 기세다.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측은 “제2안민터널 건설 사업에 이미 600억원 이상 투입됐다”며 “이미 여기에 맞춰 관련 도로들이 건설됐거나 건설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이에 대해 “연구원도 일반적 조사 때보다 3배 정도 많은 인력을 들여 발굴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유적과 유물이 나오고 있어 예정된 발굴기한 이전에 발굴작업을 마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굴하기 전에는 지하에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고 변수도 너무 많다”며 “게다가 생활유적인 4지구와 5지구는 아직 발굴조사를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기존 계획대로 공사를 계속하면 유적지가 사라지고, 유적을 발굴하자니 600억원이 날아가는 상황. 국민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