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제로 코로나, 왜 고집하나

강우찬
2022년 10월 6일 오전 11:33 업데이트: 2022년 12월 26일 오후 3:11

국민 생명·안전과 멀어진 정치적 과제
“당대회 앞둔 지금은 충성도 테스트”

중국의 엄격한 방역정책은 ‘제로 코로나’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칭링(清零)’ 혹은 ‘역동적 칭링(动态清零)’이라는 표현을 쓴다. 칭링은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명령으로 시작돼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방역 정책이다.

칭링은 원래 ‘초기화’ 혹은 ‘리셋(reset)’을 뜻하는 컴퓨터 명령어였다. 이후 “영(0)으로 청산하다”는 원뜻에서 파생돼 “일처리가 깔끔하고 원만하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칭링(제로 코로나)이 ‘감염 제로(0)’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제로 코로나를 “전염병을 신속하게 감지하고, 전염병의 지속적인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제로(0)에 가깝게 유지하고 특정 지역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감염 제로와 별 차이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코로나19라는 이름의 역병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 순식간에 세계 각국으로 퍼지며 전 인류사회를 뒤흔들었다. 인류사회가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영구히 달라지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각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중국은 2020년 전반까지 ‘철저한 검사와 격리, 도시 봉쇄’로 제로 코로나를 실현했다.

2020년 6월 10일 국제학술지 ‘란셋’에는 리중제(李中傑) 박사 등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팀이 ‘사례 관리를 통한 적극적인 사례 발견: 코로나19 대처의 열쇠’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이 논문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링크)

이어 같은 해 9월 8일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이날 시진핑 총서기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에 참석해 “우리는 질병과 싸운 인류 역사에서 또 하나의 영웅적인 업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승리 선언 이후에도 2년 넘도록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가 발표한 10월 5일 자정 기준 지금까지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5만1849명, 사망자는 5226명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주요 통계와 관련해 실제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정설이다. 실제 감염자·사망자 수와는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2020년 중국의 이동통신(휴대전화) 전체 가입자 수는 15억9900만 명으로 전년(2019년)보다 557만 명 이상 감소했다.

2020년 3월 중순 발표된 중국 공업및정보화부의 ‘연간 전화 가입계정 집계 자료’에 따르면 가입자 수가 아닌 휴대전화 번호 자체는 2020년 1~3월에만 무려 2100만 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성인 1명이 최대 5개까지 휴대전화 번호를 소유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전화를 줄였을 수 있지만, 급격한 감소세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됐다.

펜데믹 상황에서 바이러스에 관한 통계는 해당 국가는 물론 주변국의 방역정책 및 보건환경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보다. 특히 중공 바이러스19의 진원지였던 중국에서 감염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더욱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정권 안정에 불리한 정보를 감추거나 축소하는 불투명성으로 국제사회에 피해를 끼치며 세계인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려 왔다.

중국 공산당은 올해 상반기 인구 2500만 명 이상의 경제수도 상하이를 두 달간 봉쇄했고 7월에는 인구 1300만 시안, 9월에는 2100만 청두를 봉쇄하며 주민들을 외출금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를 거쳐 회복기에 들어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이미 실패가 드러난 제로 코로나를 왜 고집하고 있을까. 탕징위안 등 중국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하나는 한 번 내뱉은 승리 선언을 철회할 수 없어서다. 중국 공산당은 당은 영원히 ‘위대하고 광명하며 정확하다’고 선전해왔다. 중국 공산당은 작은 잘못조차 시인하는 것을 극도로 거부한다. 당은 항상 정확하다는 그동안의 주장이 무너질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번 제로 코로나가 당 간부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고위 관리들의 충성심을 테스트하는 거대한 시험무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 의료와는 이미 무관한 일이 됐다.

오는 10월 16일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대대적인 인사 단행이 예상된다. 각 지역의 제로 코로나 달성도는 관리들의 승진이나 강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방역 성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시진핑이 제로 코로나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3연임이 유력한 상태에서 엄격한 방역정책은 공산당의 체면과 간부들의 충성도 테스트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