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베이다이허 회의

강우찬
2022년 09월 4일 오후 1:20 업데이트: 2022년 09월 4일 오후 1:20

베이다이허 회의는 매년 여름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와 정계를 은퇴했지만 영향력을 가진 원로들이 중국 허베이성 북동부 보하이만(渤海灣)에 있는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여 개최하는 회의다.

당내 지도부 인사나 정책의 기본방침이 여기서 결정되기 때문에 그 동향과 결과가 주목된다.

다만 소집되는 참석자가 누구인지를 포함해 비공식적, 비공개 회의이기 때문에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는 이후 중국 공산당의 여러 가지 동태를 보고 파악할 수밖에 없다.

물론 베이다이허 회의 참석자의 면모를 전혀 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간부 등급은 국가급(國級·중앙정부), 성부급(省部級), 청국급(廳局級), 현처급(縣處級), 향과급(鄕科級) 등 5단계로 이뤄지며, 각 등급은 또한 정직(正職)과 부직(副職)으로 나뉜다.

이러한 등급 체계를 기준으로 하면 베이다이허 회의는 부국가급(副國級·부총리급) 이상이 참석하는 모임이다.

국가급 정직에는 중국 공산당 총서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국가주석,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장, 국무원 총리,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이 포함된다.

현재는 시진핑이 공산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등 3개 직위를 겸직하고 있다.

국가급 부직(부국가급)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국무원 부총리와 국무위원(장관급),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최고인민법원 원장,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 등이 해당된다.

또한 공산당 원로와 전직 관료들까지 포함하면 베이다이허 회의 전체 참석 인원은 200~300명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들의 가족까지 동반할 수도 있다.

지금은 피서지로 유명해진 베이다이허이지만, 전통적인 중국 문화에는 바닷가에서 여가를 보낸다는 개념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곳은 오랜 세월 무명의 어촌에 불과했다.

청나라의 역대 황제들은 베이징에서 180km 떨어진 승덕(承德)피서산장에서 여름철 더위를 피하며 정무를 살폈다.

베이다이허를 오늘날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름 휴양지의 하나로 발굴한 이들은 청나라 말기 베이징에 거주하던 서양인 외교관과 기술자들이었다.

이들은 여름철 무더위를 피할 장소를 찾다가 베이다이허를 낙점하고, 이곳에 별장을 짓게 해달라고 청나라에 요구했으며 이것이 베이다이허 휴양지의 유래가 됐다.

마오쩌둥은 수영을 좋아했기에 베이다이허를 찾아 여름휴가를 보냈고, 이때부터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작됐다.

이런 관례는 덩샤오핑, 장쩌민 시절에도 이어지면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여름철 베이징의 혹서 기간, 해변 리조트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는 일이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자, ‘특권측의 바캉스’라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후진타오가 베이다이허 회의를 일시 중지시켰다.

그러나 이 회의는 2007년 재개됐고, 2012년 가을 출범한 시진핑 정권 역시 베이다이허 회의를 매년 개최하며 공산당과 중국의 중대사를 인민의 시선을 벗어난 곳에서 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