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정부, 조지 소로스 교육 기관 설립 기부에 경고…”정치적 어젠다”

관친 팬
2020년 01월 31일 오후 5:48 업데이트: 2020년 01월 31일 오후 5:48

헝가리계 미국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교육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168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헝가리 정부는 ‘이념적·정치적 계획’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소로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포럼 만찬행사에서 ‘개방 사회 대학 네트워크(OSUN.Open Society University Network)’를 설립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소로스는 OSUN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오래 지속할 프로젝트라며, 난민이나 수용소의 감금자 같이 소외된 사람 및 국제 파트너가 필요한 기관을 돕고, 정치적으로 위험에 처한 학자들과 함께 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서 권위주의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이에 맞설 기관에 대한 투자는 중요하다”면서 “여러 국가에서 사실상 독재자나 독재자가 되려는 지도자의 등장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졸박 코박스(Zoltán Kovács) 헝가리 외교부 대변인은 시기적으로 ‘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Open Society Foundations)’이 혁신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교육 네트워크를 세우려는 것이라고 외교부 공식 블로그에 올렸다. OSF는 1989년 소로스가 민주주의 인권 운동을 목표로 설립한 뒤 매년 수억 달러를 기부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이어 두 번째 큰 규모의 재단이 됐다.

코박스 대변인은 OSF가 소로스의 이념이 담긴 정치적 어젠다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와 세금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일종의 투기자금인 헤지펀드로 성공한 소로스는 사회주의 운동가로서 각종 자선단체와 비정부기구(NGO)를 후원해 왔다. 2014년에는 아프리카 에볼라 발생 등에 상당한 금액을 기부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동성연애, 증오 범죄 등 미국 내 문제까지 지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명목을 내건 소로스의 활동에 대해 그의 모국 헝가리에서는 반(反)소로스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헝가리 정부는 강력한 반(反)난민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반면 소로스는 난민을 돕는 NGO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헝가리 의회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개인 및 단체를 처벌하는 이른바 ‘스톱 소로스’ 법안을 160:18로 가결했다.

코박스 대변인은 “소로스가 국제 언론과 글로벌리즘 옹호론자가 억만장자의 자선사업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픈 소사이어티 어젠다를 밀고 나가려는 그의 결심은 (그 목적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코박스 대변인은 앞서 블로그에 올린 글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이민자 수를 증대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유럽을 이민 문호 개방 사회로 만들려는 소로스 계획을 비난했다. 유럽은 무슬림계 이민자들이 테러리즘을 자행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유럽 각국에서 무슬림 사회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조지 소로스가 고국과 갈등을 빚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럽에 난민 문제가 위기로 부상하던 시기 2010년, 헝가리는 반난민 정책을 앞세운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두번째 집권에 성공하며 대립이 두드러졌다.

소로스가 30년 전 유럽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후 헝가리에 설립했던 중앙유럽대학(CEU)은 헝가리 정부가 CEU설립 자격을 무효로 했기 때문에 2018년 12월,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전했다.

헝가리는 2017년 4월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본국에 캠퍼스가 없는 외국 교육기관의 경우 헝가리에서 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했고, CEU는 미국에 캠퍼스가 없어 이전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