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상 대통령 업무인데…부통령 해리스, 외국 정상들과 통화

이은주
2021년 02월 17일 오전 9:37 업데이트: 2021년 02월 17일 오전 10:13

미국 부통령이 캐나다, 프랑스 정상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며 양국 간 협력을 논의했다.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이 직접 외국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국제외교 관례상 매우 이례적이다.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은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에서 양국 관계를 강화하고 대서양 동맹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측이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와 기후변화, 국내외 민주주의를 지원하기 위한 긴밀한 양자 및 다자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공동 대응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발표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바이든과 마크롱은 지난달 25일 통화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통화가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코로나19와 기후변화, 국내외 민주주의 지원, 지역적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미국 대통령과 나는 마크롱 대통령과 협력해 양국의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길 기대한다”고 썼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이달 초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통화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외국 정상과의 통화였다.

트뤼도 총리실은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총리는 그녀의 역사적인(첫 여성 흑인 부통령) 당선을 축하했다”고 말했다. 또 양측이 코로나19 전염병 극복을 위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성명을 내고 “양측은 코로나19와 기후변화, 일자리 창출과 회복을 위한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트뤼도 총리와 첫 정상 통화를 갖고 현안을 논의했다. 바이든과 해리스 모두 외국 정상과의 첫 전화통화로 캐나다를 택했다.

미국 부통령이 직접 외국 정상과 통화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취임한 지 불과 몇 주만에 외국 정상과 통화를 갖는 것 역시 관례적이지 않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 역시 각국 정상들과 직접 만나 회동하긴 했다. 그러나 전화 통화를 하지는 않았다.

백악관은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부통령의 정상 통화는 미 보수매체인 내셔널 펄스의 비판 기사가 나온 직후 주목을 받았다.

매체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몇 주만에 부통령이 세계 주요 지도자들과 통화하는 건 기이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전직 부통령들에 비해 외교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만 78세로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다.

2020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에는 바이든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었다. 선거 유세에도 잦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작년 10월 25일 TV 방송 유세 때는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부정선거 조직을 만들었다”고 말해 유권자들의 귀를 의심케 하기도 했다.

이후 단순한 말실수로 여겨지긴 했지만, 바이든의 건강에 대한 걱정이 고조된 것도 사실이다.

바이든 자신도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정당한 의문’이라고 시인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건강에 대한 시선에 대해 “70세 이상의 후보라면 누구나 (대통령직에) 적합한지, 준비돼 있는지 질문받는 것은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켜봐 달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