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남짓 쪽방에 살면서 물 아껴 작은 화분에 물 나눠주는 할아버지 (영상)

김연진
2021년 02월 15일 오전 9:4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24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각자 바삐 움직이는 차량들과 사람들. 서울역 앞은 언제나 활기차다.

하지만 그 고층 빌딩의 그림자에 가려진 뒷동네, 쪽방촌은 사정이 다르다.

서울 최대의 쪽방촌이라고 불리는 용산구 동자동은 하루, 하루가 치열하다. 동자동 주민들은 대부분 한 평 남짓의 쪽방에서 지내며 가난 그리고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지난 1일 유튜브 계정 ‘EBSDocumentary (EBS 다큐)’에는 방송 ‘다큐 시선 – 빈곤 비즈니스, 쪽방촌의 비밀’ 중 일부분이 공개됐다.

YouTube ‘EBSDocumentary (EBS 다큐)’

방송에서는 쪽방촌에 사는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곳 주민들은 30평 정도의 공간에 약 17명이 살고 있었다. 다세대 주택을 칸칸이 쪼개어 한 평 남짓의 작은 방을 만들었다.

최대한 많은 방을 만들기 위해 화장실도, 씻을 곳도 없었다. 공용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창문 하나 없는 쪽방에서 다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지만, 월세가 무려 25만원이나 했다.

이곳에서 지내는 대부분 주민들은 기초 생활 수급자들이다. 매월 수급비를 받으면, 월세를 내야 했다. 남은 돈으로 밥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YouTube ‘EBSDocumentary (EBS 다큐)’

이 쪽방에서 50년을 지낸 이상준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매일 인스턴트 죽으로 끼니를 때운다. 점심에 하나, 저녁에 하나. 하루 식사는 그게 전부였다.

할아버지는 “아이 엄마를 일찍 하늘나라 보내고, 자식 3명을 이 쪽방에서 키웠어요”라고 고백했다. 가난을 이기려고 평생 일했지만, 쪽방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가난에는 이자가 붙었다.

“일하고 돈을 못 받는 일도 많았어요. 돈 떼이고, 업자가 도망가기도 하고…”

YouTube ‘EBSDocumentary (EBS 다큐)’
YouTube ‘EBSDocumentary (EBS 다큐)’

할아버지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한때 술과 약에 의존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건강은 더욱 망가졌다. 자식들도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할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신세를 질 수 없어 홀로 가난과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냉장고에는 썩은 파, 바짝 말라버린 멸치, 곰팡이가 핀 음식들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할아버지의 쪽방 창가에는 작은 화분 두 개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물을 아끼며 이 화분에 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 생명을 책임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많은 걸 느끼게 해준다.

YouTube ‘EBSDocumentary (EBS 다큐)’

이런 상황은 이상준 할아버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옆방, 이 동네 주민 모두의 이야기였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마저도 이곳 주민들에겐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하지만 재개발로 주민들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제 어디 가서 사나…”. 쪽방촌 주민들은 생존과 싸우고 있다.

정부에서 주거 빈곤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돈 한 푼 없는 쪽방촌 주민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