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투표함에 여러 번”…美 부정선거 파헤친 다큐 ‘2000명의 운반책’ 공개

한동훈
2022년 05월 10일 오후 6:07 업데이트: 2022년 05월 10일 오후 6:07

선거 기간에 거리에 투표함이 설치됐고 모두가 1표씩만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만약 누군가 한 명이 투표함에 여러 번 접근했다면?

2020년 미국 대선의 부정행위 의혹을 끈질기게 파헤치고 있는 미국의 한 비영리단체가 제기한 물음이다.

의혹의 핵심은 ‘투표용지 밀매’다. 유권자들로부터 빈 투표용지를 대량으로 사들여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는 부정행위가 일어났는지 추적하는 것이다.

비영리단체 ‘트루 더 보트'(TTV)의 2020년 미국 대선 부정선거 조사 결과를 영화화한 다큐멘터리 ‘2000명의 운반책(2000 Mules)’이 최근 공개됐다.

미국의 작가 겸 영화제작자 디네시 디수자가 제작한 ‘트루 더 보트’는 지난 대선에서 조직적인 투표용지를 대량 밀매가 일어났다는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다큐의 제목인 ‘2000명의 운반책’은 투표함마다 돌아다니면서 투표지를 나눠 넣은 이른바 운반책(mule·노새, 마약 운반책을 뜻하는 은어)이 2000명 이상 활동했음을 의미한다.

이 다큐는 이전까지 부정선거 의혹 제기 때마다 언급된 ‘전자투표기를 통한 투표 조작’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특징이다.

‘트루 더 보트’는 투표용지 밀매 사례만 조사했으며, 휴대전화 위치 추적 기능을 활용해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수천 건 이상의 심각한 선거법 위반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역별로 치러지는 선거…대규모 조작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선거는 3천 개 이상의 지방행정단위인 ‘카운티’에서 분산적으로 치러진다. 이 때문에 대규모 투표 조작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2020년 선거기간에 부정선거 제보 핫라인을 가동하며 사례를 수집해온 ‘트루 더 보트’는 전국적인 조직에 의해 투표용지 밀매 계획이 상당한 규모로 실행됐다고 밝혔다.

‘트루 더 보트’ 대변인 필립스 그렉은 “전국적으로 수천 개의 지역 조직이 주 선거법을 무시하고 계획을 실행해왔다”며 이를 뒷받침한 선거자금의 흐름과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다큐에 담겼다고 말했다.

필립스 대변인은 미시시피주 복지국 국장과 텍사스주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앨라배마주에 본사를 둔 사이버 보안업체 옵섹(OpSec) 그룹의 대주주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 설립된 TTV의 의뢰를 받아 선거인 명부와 선거 결과를 대조·분석해왔다.

공정선거 감시·실천 단체인 ‘트루 더 보트’는 지난 10년간 여론조사관 훈련, 유권자 선거법 교육을 시행해왔으며, 2020년 대선 이후에는 미국 각 주에서 추진된 선거법 개혁을 위해 로비활동을 펼쳐왔다.

필립스 대변인은 “밀워키, 디트로이트, 애틀랜타, 애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등 투표율이 매우 높으면서 사실상 특정 후보에 몰표가 나온 지역에서 이상현상이 집중됐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때로는 한 투표함에서 표 100%가 특정후보를 찍은 경우도 있었다”며 “부정선거 제보 핫라인에는 ‘누군가 거리 투표함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수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제보 전화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걸려 온 이런 제보 전화는 공통적으로 ‘같은 사람이 투표함에 여러 번 투표지를 넣었다’는 내용이 많았다.

한 사람이 최소 25회 이상 투표함 들락날락….‘운반책’ 추정

2020년 미국 대선 때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비대면 투표가 대거 치러졌고, 미국 곳곳에는 거리 투표함이 설치됐다. 직접 투표소까지 오기 힘든 이들이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시내 중심가나 대형마트, 쇼핑센터 주변에 투표함을 설치한 것이다. 드롭 박스(Drop box)로 불린 이 투표함은 지역 선관위 직원 등이 돌아다니며 안에 담긴 투표지를 수거해 지역 투표소로 옮겼다.

필립스 대변인은 “거리 투표함과 관련해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거래함 주변에 설치된 CCTV나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영상도 다수 입수했다. 그러나 부정행위 입증에 사용하기 어려운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필립스는 전국의 주요 선거구에서 휴대전화의 GPS 핑(ping)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를 이용하면 특정 전화가 언제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전화 소유자 개인 정보를 직접 알아낼 순 없지만 위치정보 패턴을 분석해 거주지나 근무지를 추정할 수 있다.

일반적인 유권자라면 한두 차례 투표함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번 투표를 마치면 다시 투표함에 접근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주 선거법에 따라 직계 가족의 표를 대신 투표함에 넣어주는 것은 인정될 수 있지만, 완전한 타인의 표를 대신 투표함까지 옮기는 것은 문제가 된다. 또한 한 명의 유권자가 여러 개의 투표함을 옮겨 다닐 경우에도 합리적인 의심을 살 수 있다.

핑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 조지아주에서는 242명, 애리조나주에서는 202명의 투표용지 밀매 용의자가 드러났다. 운반책 분류 기준은 한 사람이 25회 이상 투표함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다큐에는 동일한 인물이 같은 우편함에 여러 번 접근하는 영상도 담겼다. 트루 더 보트는 약 400만분 이상의 영상 데이터를 입수해, 이 가운데 수상한 행동을 하는 이들이 담긴 장면을 골라냈다.

필립스 대변인은 ‘트루 더 보트’ 설립자인 캐서린 엥겔브레이트로부터 “절대로 틀려서는 안 된다는 주의를 여러 차례 들었다”며 세심한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수상한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운반책이 아닌 사례를 걸러내 정밀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대전화 GPS 핑 데이터 입수처에 대해 “수백만 달러의 고액을 주고 브로커에게서 입수했다”며 “핑 데이터를 페타바이트 단위로 구매한 것은 우리가 유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