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예산 80조원, 세계 최대 범죄조직 中 사이버 수군

류지윤
2021년 03월 24일 오후 4:30 업데이트: 2021년 03월 24일 오후 6:39

교도소 재소자, 대학생 알바 등 4천만명
각국 인터넷 공간에 ‘분탕글’ 융단폭격

흔히 인터넷 공간을 ‘바다’에 비유한다. 인터넷을 탐색하는 행위를 파도 타듯 떠다닌다는 의미로 ‘웹서핑(web surfing)’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인터넷의 바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공산당(중공)은 인터넷 공간에서 공작을 벌이는 군부대를 ‘사이버 수군(網絡水軍)’으로 구분해 운영한다.

세계 각국 소셜미디어, 포탈, 커뮤니티에서 분란을 조장하고 피아식별을 혼란시키는 중공 사이버 범죄조직은 해커, 사이버 파이터(중국판 키보드 워리어), 사이버 저격수, 댓글부대 우마오당(五毛黨) 등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이 바로 사이버 수군이다.

이들은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운동,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 대만 총선·대선, 미국 대선 등 수많은 주요 사건마다 물량 공세를 펴며 사이버 공간을 어지럽히고 있다.

국경 없는 사이버 공간은 정보의 자유로운 소통을 가능케 하지만, 불순한 의도를 가진 외세의 침략 경로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패권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중공의 최대 규모 사이버 범죄세력인 사이버 수군의 정체를 아는 일은 각국의 주권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히 때로는 수준 낮아 상대할 가치가 없어 보이는 우마오당의 한심한 행위가 실제로는 정교하게 기획된 ‘물흐리기’ 전략이라는 사실은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게 하는 초석이 된다.

정보 보안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공 사이버 수군의 등장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의 발전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2004~2009년은 사이버 수군의 초기 단계다. 중공 당국 대신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선전물을 홍보하는 수준이었다.

2010~2013년은 사이버 수군의 업무 범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사이버 수군 대행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은 중공 고위층 개인, 정부기관, 기업 등을 대신해 위기관리 업무에 적극 가담하기 시작했다. 우마오당의 활동이 급증한 시기다.

2014~2021년은 사이버 수군이 조직화된 시기다. 2014년 2월, 중공은 ‘중앙인터넷보안·정보화영도소조’(정보보안소조)를 공식 출범시켰다. 그 아래 ‘중앙인터넷보안·정보화위원회 판공실’(중앙인터넷판공실)이라는 실무기관도 설치했다.

중앙인터넷판공실은 다시 작업국, 사이버사회공작국, 모바일인터넷관리국, 사이버보안조정국, 국제협력국 등 총 5개 부서를 설치했다. 역할은 인터넷 여론 통제, 조직 관리, 위기 관리, 대외선전 및 대외 통일전선(간첩·포섭)이다.

중공은 중앙인터넷판공실 설립 후 온라인 공간 단속이라는 구실로 마구잡이식으로 제각각 활동을 벌이던 해커와 사이버 수군 대행업체를 통폐합했다.

또한 공산주의 청년단 주도로 전국 대학에서 수많은 대학생을 수군 알바로 채용하고, 사법당국은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100만 사이버 수군’을 양성했다.

게릴라전을 펼치던 사이버 수군을 사실상 정규군으로 재편한 셈이다. 실제로 중공의 군 편제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이들은 정규군 못지 않은 규모로, 80조 예산의 댓글부대 중 ‘사이버 수군’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7년 말, 중공 인터넷 판공실 산하 사이버 수군 부대의 규모가 30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해마다 채용을 계속해 2020년 12월 말, 수군 규모가 4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중공 내부 관계자는 밝혔다.

중공 정부는 매년 5000억 위안(약 86조원) 이상을 ‘온라인 안정화’라는 명목으로 투입하고 있다. 사이버 수군 고용 및 수당 지급을 위한 예산이다.

2021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52조 8400억원으로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8위를 차지했지만, 중공의 사이버 수군 예산은 3위인 인도의 한해 국방예산(82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중공 사이버 수군의 활동이 자국 여론 통제에서 해외 여론 조작까지 분산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변국에서 사이버 침투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