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난방도 안 되는 농장 숙소에서 자던 이주노동자가 홀로 숨졌다

이서현
2020년 12월 25일 오후 12:0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2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일하던 여성 이주노동자가 숙소에서 홀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23일 MBC 뉴스에 따르면 20일 경기 포천시 일동면의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국적 A씨(30)가 숨진 채 발견됐다.

외출 후 돌아온 동료들이 숙소 문을 열었을 때, A씨는 상하의를 모두 입고 이불 속에서 숨져 있는 상태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타살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시신 근처에서 각혈 흔적을 확인했다.

MBC

 

해당 농장에서 4년 넘게 일한 A씨는 다른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4명과 함께 이곳에서 생활했다.

숙소는 샌드위치 패널에 검은 천막을 둘러놓은 가건물이었다.

A씨가 숨진 날, 일동면 일대는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로 한파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숙소는 난방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추위를 견디지 못한 4명은 18일과 19일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만, A씨는 주말 내내 숙소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MBC 뉴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관계자는 “A씨와 함께 일한 동료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농장 숙소는 정전 상태였고 난방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라며 “동사로 추정된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A씨의 동료들도 “평소 A씨가 지병이 있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라며 “동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업주가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숙소를 제공해야 한다. 현행법상 비닐하우스는 기숙사로 사용할 수 없다.

농촌에선 이처럼 비닐하우스를 ‘기숙사’라고 부르며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A씨가 머물던 가건물 숙소도 찬 바람이 그대로 들이닥치고 바닥도 냉골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숙소를 한 달에 수십만 원씩 돈을 내며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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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내년 2월 취업비자가 만료된다. 숙소에서는 1월 10일자 캄보디아 프놈펜행 항공권 예약증이 남아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은 A씨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