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尹 “보편가치·국제규범에 따른 자유” 강조

한동훈
2022년 11월 15일 오후 8:08 업데이트: 2022년 11월 15일 오후 11:58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한중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예정했던 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 5시 11분부터 25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이 시 주석을 직접 만나 공식회담을 한 것은 지난 5월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 3월 25일 시 주석과 25분간 전화 통화로 첫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시 주석을 직접 뵙게 돼서 뜻깊게 생각한다”며 “얼마 전 서울 이태원에서 있었던 참사에 대해 애도를 표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통화와 8월 한중 수교 30주년 축하 서한을 교환하면서 새로운 한중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데 공감했다”며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는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제·인적 교류를 포함해 한반도 역내 평화와 안정, 나아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와 국제 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주도하고 기여하는 것”이라며 “그 수단과 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강조한 “공동의 가치 지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강화”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과의 유화적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한미 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에 따른 입장을 분명히 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곧이어 “국제 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 공동 이익을 강조했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경제와 안보의 분리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양국이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며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안보화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안보화란 경제 문제를 안보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또한 “중한 경제는 상호 보완성이 높기 때문에 발전 전략의 연계를 추진해 양국의 공동 발전과 번영을 실현해야 한다”며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첨단 기술 제조업, 빅데이터, 녹색경제 등 분야의 협력 심화를 예로 들었다.

아울러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정치적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략적 소통’과 ‘정치적 신뢰’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측 인사들이 한국의 대미 관계 강화를 견제하기 위해 사용해온 표현이다. 윤 대통령의 한미동맹 강화 행보를 우회적으로 만류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올해는 중한 수교 30주년”이라며 “30년의 역사는 중한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이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베이징에서 특별전시회를 열면서 한국 고대사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고의로 삭제하는 등 한국 역사를 마음대로 왜곡한데 대해 사과하고 정정하는 등 건강한 한중 관계를 위해 중국 측이 해야할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한중 정상회담은 지난 2019년 12월 문재인 정부 당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때 성사된 이후 3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