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피부 열과 염증 진정시키는 ‘가지’

2013년 06월 27일 오후 1:31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가지는 따뜻한 날씨에서 잘 자랍니다. 원래 열대 지방에서 유래한 식물입니다. 보랏빛 가지처럼 꽃도 보랏빛을 띠는데, 꽃이 피고 나서 3주일에서 한 달이면 가지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가을 이후 늦게 수확한 늙은 가지를 먹지 말라고 했는데, 성질이 더욱 차가워서 설사를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사실 가지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식품입니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고 하면 대부분 항암 효과 등 인체에 유익한 효능이 있을 때 그렇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지도 항암 성분, 항산화 효과 등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본의 1인당 가지 소비량은 한국의 약 20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한국과 일본인의 식성과 체질이 상반되는 점이 많기 때문에, 굳이 일본을 따라 가지를 많이 먹을 필요는 없지만 가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만하다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주로 나물 반찬으로 먹는 가지는 호불호가 좀 갈리는 채소입니다. 미끈한 모양새와 부드러운 맛만 보면 모두 좋아할 것 같은데, 싫어하거나 아예 먹지 못하는 사람도 간혹 있습니다. 가지의 미끈미끈한 맛은 씹는 맛을 즐기는 분에게 환영받지 못합니다. 저도 가지를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접하게 된 중국 요리에서 다룬 가지의 맛을 보고 가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의학에서 본 가지는 사실 한 쪽으로 치우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성질이 차갑습니다. 그래서 식욕이 없고, 소화가 더디 되는 소위 말하는 속이 차가운 사람은 가지를 즐겨 먹지 않는 것이 좋고, 본인이 가지를 찾지도 않습니다.

 

가지의 색은 보라색입니다. 물론 흰색 가지도 있고 다른 색상도 있지만, 주로는 자줏빛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라색은 붉은색과 검은색이 합쳐진 색으로 보는데, 붉은 색은 화(火)이고 검은 색은 수(水)로서 상반되는 색이며, 보라색은 화를 억누르는 물의 기운을 상징합니다. 약재 중에서도 자초(紫草)라는 것이 있는데, 피부의 열과 염증을 진정시키고, 혈열(血熱)과 마음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물의 기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지를 보면서 이런 성질을 가졌지 않았을까 생각해봤고, 실제로도 활용하는 것을 보면 같은 맥락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가지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보면, 대변을 잘 나오게 하고,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오는 증상을 호전시키고, 소변을 시원하게 나오게 하며, 부종을 가라앉히는 데 썼습니다. 대부분의 효능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하초(下焦), 아래쪽 장부와 관련이 있습니다.

 

가지와 같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알려진 음식은 오징어, 게 등입니다. 마찬가지로 성질이 차가운 음식입니다. 이와 같은 조합이 나쁘다기보다는 두루두루 누구나 먹기에 성질이 차가워서 소화가 더디 되고 묽은 대변을 보거나 배가 더부룩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가지와 같이 먹으면 좋은 음식은 마늘과 고추, 생강 등 따뜻한 음식들입니다. 이밖에도 추천하는 따뜻한 식재료는 파, 꿀, 깻잎 등이 있습니다. 혹은 가지를 살짝 튀겨서 요리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물론 위장에 열이 많아서 식욕이 왕성하고 소화도 잘되는데다,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하고 싶다면 굳이 따뜻한 성질의 조미료나 음식을 곁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음식 하나에도 음양을 생각하고 균형을 생각한 지혜를 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