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인삼(人蔘) 이야기

2013년 04월 1일 오후 9:33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중국 역대 왕조와 교역을 할 때, 우리가 수입했던 것은 주로 비단, 책, 약재 등등이었습니다, 수출 품목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인삼이었습니다. 한국인의 인삼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최근에는 인삼 가공품인 홍삼이 큰 인기를 끌었고, 수삼을 직접 구입해 집에서 홍삼을 만들어 복용하는 가정도 부쩍 늘었습니다. 연구진들도 인삼과 홍삼의 효능에 대한 논문을 많이 내고 있습니다. 한국만큼 인삼을 폭넓게 활용하는 나라는 없으며, 앞으로 보다 정밀한 연구로 발전시킬 부분이 무궁무진합니다.

 

인삼의 재배 지역은 넓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의 극동지역, 몽고와 만주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재배하는 서양삼도 있습니다. 인삼을 재배하기 전까지 인삼은 사실 산삼을 말한 것입니다. 통칭해서 삼(蔘)이라고 하겠습니다. 삼은 한번 뿌리를 내리면 수백년간 자랄 수 있습니다. 나무를 제외하고 초본 식물(풀)이 수백년간 땅에서 자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입니다. 삼을 처음에 불로의 약재로 본 것도 삼의 이러한 특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극히 양기가 떨어져 있는 경우, 삼만큼 강한 작용을 하는 약재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대체 불가능합니다. 요즘에는 인삼의 씨를 야생에 뿌려 자라게 한 산양삼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의계에서는 모두 인삼과 비슷한 효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삼은 4~6년근을 약으로 씁니다. 4년근 이상이 되어야 제대로 된 유효성분이 담겨 있습니다. 사포닌 등 인삼의 주요 성분을 토대로 비교해봤을 때, 4년근과 6년근의 효능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인삼의 임상적인 효능은, 심장 쇠약, 관상동맥경화증, 심박 이상, 뇌혈류 장애, 알레르기 비염, 정자감소, 항암 및 방사선 치료 후 쇠약, 고산병 등에 유효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외에 실험적으로 항노화, 항암, 항염, 항스트레스, 조혈, 면역 향상, 항궤양 작용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인삼은 서늘한 약재?

 

한국의 한의학이 중국 등 다른 동양의학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사상의학이 있다는 점입니다. 인삼과 같이 효능이 강한 약일수록 더욱 몸에 맞는지 잘 가려야 합니다. 저를 비롯한 상당수 한의사는 소음인에게만 인삼을 씁니다. 다른 체질이 인삼을 먹었을 때 부작용은, 첫 번째가 열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눈이 피로하고 충혈되거나 뒷목이 뻣뻣해지거나, 혈압이 상승하기도 합니다. 반면 인삼을 소음인에게 쓸 때는 오히려 열을 내릴 때 씁니다. 저 또한 열이 많은 소음인, 감기 등으로 고열이 있을 때 인삼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삼은 원래 먹었을 때 열이 난다기 보다는 몸에 맞느냐에 따라 반응이 다릅니다.

 

인삼의 주요 기능 중에 하나가 생진지갈(生津止渴)입니다. 몸을 촉촉하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는 것입니다. 약재를 가릴 때 한열을 따진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인삼의 한열은 열(熱)이 아니라 온(溫) 혹은 일부 서적에는 서늘할 량(凉), 약간 따뜻한 미온(微溫) 정도라는 점도 앞서 말씀드린 부분과 일맥상통입니다. 인삼이나 홍삼을 먹고 열이 나고 충혈되고 뻣뻣한 증상 등이 있다면 내 몸에 맞지 않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특히 열이 많은 일부 태음인과 소양인의 경우 인삼을 장복했을 때 부작용이 두드러집니다. 양날의 검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조심스럽게 복용해야 합니다. 특히 임상가에서 종종 보고되는 케이스 중에 소양인이 인삼을 임의로 장복해 시력이 떨어지고 실명에까지 이른 사례가 있습니다.

 

熱? 홍삼>백삼>수삼

 

인삼을 약으로 쓸 때 구분을 간단히 이렇게 합니다. 아시다시피 인삼의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인삼의 뿌리 그대로를 보통 수삼(水蔘)이라 하고, 이를 말린 것을 백삼(白蔘)이라고 합니다. 찐 것을 홍삼(紅蔘)이라고 합니다. 찐다거나 열을 가해 가공하는 약재는 원래 약재보다 열(熱)해집니다. 즉, 복용시 몸에서 양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한의원에서는 수삼, 백삼, 홍삼을 모두 약으로 씁니다. 구분은 이렇습니다. 수삼은 열이 가장 적습니다. 기본적인 효능 외에 구별되는 점은 양음생진(養陰生津)입니다. 쉽게 말해 촉촉하게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백삼은 소화기와 호흡기의 기능이 떨어졌을 때 주요하게 작용합니다. 홍삼은 기가 허약하고 양기도 허(기본적으로 신진대사와 온도가 떨어진 상태)할 때 씁니다. 복용했을 때 체내에서 일으키는 온도로 구분하면 홍삼이 가장 뜨겁고, 이어서 백삼과 수삼 순입니다. 그래서 홍삼이 부작용이 덜하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국내에서는 유통되지 않고 한의원에서도 사용하지 않지만, 북미에서 재배한 서양삼은 재배 기간이 짧고 크기가 큽니다. 동남아시아 등에서 유통되는 인삼의 90% 이상이 서양삼일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서양삼은 인삼에 비해 항암 효과 등은 떨어지지만 사포닌 함유량 등은 더 높습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