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애주가를 위한 보물 ‘칡’

2013년 05월 15일 오후 4:02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칡뿌리는 갈근(葛根)이라고 합니다. 칡은 한의원에서 가장 많이 쓰는 한약재의 하나입니다. 칡즙을 상복하는 분도 많은데 음주를 즐기는 한국 문화 특성상 해주와 해장에 좋은 칡은 사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칡이 없는 산이 없을 정도로 흔하기 때문에 쉽게 얻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독이 없어서 장복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동의보감에도 칡에 대한 부분이 곳곳에 있습니다. 지면에 다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다뤘습니다. 대표적인 것만 몇 가지 알아보겠습니다.

 

– 성질은 평(平)하고, 약간 냉하다. 맛이 달며 독이 없다. 풍한으로 머리가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땀이 나게 하여 표(表)를 풀어주고, 가슴의 열을 없애고 소장을 잘 통하게 한다.
– 땀을 나게 하고 땀구멍을 열어 준다. 상한과 중풍으로 머리가 아픈 것을 치료한다. 해기(解肌, 몸살을 풀어주는 의미)를 잘 시킨다, 감기 초기에 머리가 아프고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
– 입맛을 잘 돌게 하고 소화를 돕고 술독을 풀어준다. 술에 취해서 깨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 술을 마신 뒤에 생긴 갈증을 치료한다. 음주로 인한 황달 및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쓴다.
– 소갈(당뇨와 유사)을 치료한다. 학질을 치료한다. 광견에게 물렸을 때 칡즙을 먹고 찌꺼기를 상처에 붙이면 좋다. 금속에 베이거나 다친 것을 치료한다.

 

칡은 보통 음력 5월 초에 뿌리를 캐낸 뒤 햇볕에 말립니다. 깊은 곳에서 캐낸 것이 더 좋습니다. 음력 5월이면 초여름이라 할 수 있는데, 칡의 작용은 대부분 몸을 촉촉하게 하고 열을 내려주는 작용입니다.

 

칡을 복용하면 우리 몸의 위장과 대장 간 경락으로 주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위·장 경락으로 들어가 진액을 생기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하며, 술독으로 인해 열이 나고 갈증이 나는 것을 잘 치료합니다. 위장 경락을 양명(陽明) 경락이라고 하는데, 양명경은 가장 열이 많은 경락입니다. 이 경락에 문제가 생길 때 머리와 얼굴 가슴 부위에 열이 나고 지끈지끈하기도 합니다. 이때도 칡이 잘 듣습니다.

 

현재는 술을 끊었지만 과거 집안 내력으로 술을 아주 즐겼습니다. 이때 즐겨 먹던 약재가 칡뿌리와 칡꽃입니다. 갈근과 갈화는 효과가 신속하고 숙취를 풀어줍니다. 위장도 편하게 해주고 몸도 가볍게 해주고, 술을 먹고 나서 생기는 갈증과 찝찝함을 털어줍니다. 숙취에는 칡꽃이 더욱 빠른 효과를 냅니다.

 

칡의 다른 이름 중에서 사슴과 관련된 것들도 있습니다. 칡의 다른 이름으로 녹곽(鹿藿)이 있습니다. 풀어 쓰면 사슴이파리 정도 되겠습니다. 칡의 순을 잘라서 약으로 쓰는데 흔히 갈용(葛茸)이라고 합니다. 갈근+녹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갈용은 민간에서 녹용처럼 기운을 복돋아준다고 극찬합니다. 저도 여러 가지 형태로 복용해 봤지만, 녹용의 효과와는 좀 다르고 약력도 훨씬 약합니다. 다만 순이라는 것이 갓 생겨난 것으로 생기(生氣)와 목기(木氣)가 강하기에 녹용과 유사한 성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순과 싹이 마찬가지입니다만 칡의 순이 좀 더 강합니다.

 

칡은 태음인에게 주로 씁니다. 태음인 처방에 칡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용량이 많이 들어갑니다. 임상에서 칡은 소화를 돕고, 대장을 촉촉하고 활발하게 해줘서 변비를 해소하고, 몸살 감기와 초기 감기에 사용합니다. 이밖에 여성호르몬을 촉진하는 작용으로 여성 질환에도 사용하고, 탈모에도 효과적입니다. 또 혈관확장과 혈압 강하 작용이 있어서 심장 부위의 통증과 두근거림이 심한 경우에도 활용합니다.

 

저는 오랜 위장과 대장 질환, 피부 질환, 불면증, 탈모, 여성질환, 척추질환, 근육질환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칡즙을 마시다 좋지 않은 느낌을 받은 분들이 많은 것처럼, 위장이 냉한 분들과 태양인의 경우는 칡 자체가 잘 맞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