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옥수수’

2013년 09월 6일 오전 9:56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저는 춘천에서 공중보건의사로서 군 생활을 했습니다. 무의촌을 찾아 강원도 심심산골을 찾아갈 때면 보기만 해도 기분좋은 푸른 옥수수 밭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식물 중에서 이렇게 푸릇푸릇하고 알찬 열매까지 맺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춘천과 이웃 홍천에는 이런 옥수수 밭이 많이 있습니다. 여름부터 옥수수를 따기 시작하는데 이맘때쯤 강원도 길가에는 옥수수를 파는 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옥수수는 따서 며칠만 지나도 특유의 씹히는 맛이 덜해지고 촉촉함도 덜해서 따자마자 찐 다음에 냉동해서 유통시키기도 합니다.

 

제가 어릴 때도 옥수수밭이 있었는데 옥수수는 그야말로 버릴 것 하나 없습니다. 잎은 소나 염소에게 주면 좋은 여물이 되고, 옥수수는 따서 사람이 먹습니다. 먹지 못할 것 같은 수염마저도 차로 끓여 먹을 수 있으니 그 모양새 만큼이나 참으로 풍족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옥수수 수염의 이뇨 작용과 이로 인한 부종 해소 및 약간의 체중 감량 효과가 알려지면서 편의점에서도 옥수수수염 차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요즘도 한약을 처방할 때 옥수수를 심심찮게 쓰는 것은 아마 옥수수의 우수한 효능 외에도 유년에 느낀 옥수수의 풍요로운 이미지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옥수수 알갱이를 옥미(玉米) 혹은 옥촉서(玉蜀黍)라고 합니다. 노란 옥수수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가장 중요합니다. 식욕을 돌게 하고 소화도 잘 되게 합니다. 특히 속이 불편하면서 잘 붓는 분들에게 좋습니다. 옥수수 수염 뿐만 아니라 옥수수 알갱이도 부종을 가라앉히고 소변이 잘 통하게 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의원에서 옥미 혹은 옥촉서를 약으로도 잘 활용합니다. 주로 위장을 다스려주고 소화를 잘되게 하고 입맛이 돌게 하는 목적입니다. 또 호흡기 기능을 강화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홧병이나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사람들은 점점 좁은 곳에 갇히고, 마음도 좁게 닫혀 있습니다. 그래서 증상도 주로 뭉치는 울(鬱) 증상이 많습니다. 환자분들에게 탁 뜨인 곳을 자주 가라고 말씀드리고, 열린 마음으로 여행을 갈 것을 적극 추천드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슴이 답답하시다면 뒷산이라도 좋으니 탁 뜨인 곳을 바라보면서 먼 곳을 바라보길 추천드립니다. 옥수수 밭도 가능하다면 가서 한번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마음이 편해지고 열리는 기분이 들 것입니다.

 

옥수수는 체질로 가려 쓸 때는 소음인과 태양인에게 주로 사용합니다. 만약 옥수수를 먹으면 신물이 나거나 속이 뭔가 그득하면서 불편한 감이 자주 든다면 계절의 맛을 본다는 생각으로 한 두 개만 드시고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옥수수는 성질이 치우치지 않아 부작용이 있거나 속이 불편한 경우가 흔치 않은 편입니다.

 

옥수수는 죽으로 쒀도 좋은데 맛이 달달하면서도 부드럽습니다. 예전에는 황달이나 부종, 소변이 시원찮은 사람들이 옥수수 죽을 즐겨 먹었습니다. 이외에도 옥수수가 위장과 호흡기를 튼튼하게 함으로 닭고기나 콩과 곁들여서 죽을 쑤면 체력이 좋아집니다.

 

요즘 연구에 따르면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지역의 사람들이 암에 걸릴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옥수수에 항암과 항산화 작용이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옥수수 식용유도 있는데 옥수수에 포함된 기름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줍니다. 여러모로 팔방미인으로 사랑받는 옥수수입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