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대세 과일’ 바나나, 지혜롭게 먹기

2013년 09월 3일 오후 3:18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바나나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방송을 보니 마트에서 팔리는 과일 중 1위가 바나나라고 합니다. 제가 봐도 맛과 향이 탁월한데다 씻을 필요도 없고 깎아 먹을 필요도 없으니 참 간편합니다. 여기에 가격도 저렴해서 충분히 인기를 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골 출신인 제게 바나나는 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다가 바나나를 구경하게 되어도 한 사람 앞에 한 개 돌아가기도 빠듯했습니다. 사실 바나나보다 먼저 접했던 것은 ‘으름’입니다. 바나나를 처음 먹고 으름과 맛이 비슷하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으름 열매를 드셔보신 분은 바나나와 비슷한 향과 맛을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으름은 경상도에서는 어름, 어그름 등으로도 불리는데 으름덩굴의 열매입니다. 으름덩굴은 목통이라는 약으로 쓰이는데 젖을 잘 나오게 하고 붓기를 빼주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열을 내려줍니다. 으름덩굴과 으름의 효능이나 성질은 맛만큼이나 바나나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유행하는 음식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데, 문헌을 살펴보니 바나나에 대해 다룬 부분이 제법 있습니다.

 

바나나로 보이는 약재명은 초과(蕉果), 감초(甘蕉), 향초(香草) 등이며, 주로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폐와 위장, 대장 경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돼 있습니다. 열을 내려주고 대변을 잘 통하게 한다고도 했습니다.

 

시원한 성질의 바나나

 

바나나는 파인애플과 함께 열대 과일 중 가장 성질이 차가운 편입니다. 본초강목 등 서적에서는 바나나를 먹으면 아이들의 열을 내려준다고 했습니다. 여름철 더위로 갈증이 나고 체온이 상승할 때 바나나를 시원하게 먹으면 더위를 잡아줍니다. 혹은 바나나를 잘라서 말린 것을 먹어도 속의 열을 내려줍니다. 바나나를 해장으로 활용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는데, 바나나로 해장이 되는 경우는 음주 후 갈증이 심하고 열이 나는 분들에게 해당됩니다. 이때 먹으면 속도 편해지고 변도 편하게 봅니다.

 

다만 바나나는 그 성질이 차기 때문에 위장이 냉한 분들, 설사가 잦은 분들은 가려 먹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바나나는 체질 음식 분류에서 소양인 음식으로 분류되며 가급적 소음인은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소음인이 소양인 음식을 과식하거나 장기간 섭취할 경우 위장 장애를 일으키고 헛배가 부르거나 피로를 느끼기도 합니다. 소음인은 대신 망고나 오렌지, 귤, 유자 등이 좋습니다.

 

바나나도 구워 먹는다

 

바나나의 찬 성질이 부담스럽다면, 따뜻한 성질을 가진 음식을 곁들이거나 열을 가하는 조리법을 쓰면 어느 정도 상쇄됩니다. 즉, 바나나 아이스크림보다는 바나나 튀김이 나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바나나와 망고를 곁들이거나, 같은 열대 식물인 계피도 좋은 궁합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이고 음식으로서 얼마나 조화롭게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바나나 주산지인 열대 지역에서는 바나나를 튀기거나 굽거나 끓여서 먹는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바나나를 과일, 신선하게 먹어야 하니까 껍질만 벗겨서 생으로 먹는 방법에 있는 것에 비해 이채롭습니다. 어떻게 보면 강원도에서 감자를 구워먹고, 빻아서 떡으로도 만들어 먹고, 끓여 먹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