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내 몸에 군불 ‘부추’

2013년 04월 17일 오후 4:30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부추는 봄에 어울리는 깔끔한 채소입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텃밭에 심어 놓으면 4월 중순부터 늦가을까지 연중 수확이 가능합니다. 

예로부터 부추는 봄에 먹으면 향이 나고, 여름에 먹으면 고약하다는 말도 있었고, 가을에는 쓰고, 겨울에는 달다고도 했습니다. 

씹히는 맛과 감촉도 독특합니다. 향이 강하고 맛이 깔끔하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순대국 등 성질이 차가운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에 곁들여 먹기도 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추와 돼지 간을 함께 볶아서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열이 적절히 어우러진 궁합입니다. 

부추는 예로부터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운 음식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리고 주로 신장 등 하초에 작용해 양기를 강하게 하고 기가 잘 통하게 하는 작용을 합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아랫목에 군불을 때서 방 전체를 훈훈하게 하는 효과가 부추의 작용입니다. 

부추가 잘 맞는 사람은 대부분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추위를 잘 타는 경우입니다. 관련 질환은 요실금, 빈뇨, 조루, 유정, 하복부 냉증, 변혈, 습관성 변비 등 대장과 방광, 콩팥 등 배꼽 아래쪽 장부에 해당합니다.

부추는 대변을 잘 통하게 하고 일부 실험에서는 항암 작용도 발견됐습니다. 혈전을 없애는 작용도 있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나 약은 성질이 따뜻하고, 향이 강하며 매운 맛이 살짝 나는 편입니다. 

반대로 부추가 안 맞는 경우도 있는데, 열이 많고 눈이 쉽게 충혈되고 뒷목이 뻣뻣하고 상열감이 심할 때입니다. 안 그래도 뜨거운 방에 군불을 땔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부추를 굳이 먹을 필요가 없겠습니다. 

부추는 기본적으로 양기를 강하게 하는 음식이어서 음기가 허한 사람에게 좋지 않습니다. 음기가 허한 증상이 위에서 말씀드린 증상이고, 이를 음이 허해서 화가 왕성하다는 뜻으로 음허화왕(陰虛火旺)이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위궤양이나 식도염 등으로 속이 쓰리고 신물이 나는 경우, 피부 가려움증이 심한 경우에도 맞지 않습니다. 

부추를 푹 익혀서 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술과 같이 먹으면 좋지 않습니다. 술과 부추 모두 열이 많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는데, 음이 허한 분에게는 무리가 갑니다. 

한의학에서는 부추의 씨인 구자(?子)를 약으로 씁니다. 구자는 앞서 말한 부추의 효능을 전부 가지고 있으면서 더욱 강한 힘을 냅니다. 예전에는 소위 말하는 정력이 약한 경우에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딸꾹질 멎게 해 

구자가 특효인 질환이 있는데 딸꾹질입니다. 구자를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가루를 낸 뒤 먹으면 딸꾹질이 멎는 데 효과적입니다. 딸꾹질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오는 식도경련 등에도 씁니다. 부추도 일부 유사한 효능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약리 작용을 보면 구자는 항암 작용, 살균, 살충, 혈전용해 작용 등이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임상적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부추와 비슷하게 요실금과 빈뇨, 유정(정액이 새는 증상), 조루, 대하(냉증), 요통과 무릎 통증 등 주로 아래쪽 증상에 많이 사용합니다. 

이 증상들의 공통점은 차가워서(寒) 오는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구자가 맞지 않는 분은 부추와 동일한 경우입니다. 

사상체질에서는 구자는 소양인 약재로 분류합니다. 

소양인이라고 하면 양(陽)이라는 글자 때문에 손발이 뜨겁고 열도 많은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체질과 신체의 열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소양인 중에 오히려 수족냉증이나 무릎과 허리가 시린 환자가 더욱 많은 것 같습니다. 소양인 중에 몸이 차서 오는 병을 가진 경우에 부추와 구자는 좋은 약이 됩니다. 

봄철 식욕이 없고 몸도 나른하고 꽃샘 추위에 몸도 으슬으슬하다면 부추전으로 계절을 지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부추가 매워질 때쯤이면 이미 따뜻한 늦봄을 지나 초여름이 찾아올테니까요.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